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공식화됐다.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를 오는 6월 3일(화요일)로 확정했다.
여권은 정권의 중심이 무너진 가운데 불리한 상황이며, 야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격변 속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투데이신문은 정치평론가들에게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강·약점, 극복할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40세의 나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이하 이 후보)는 정치권에서 최연소 대선 주자로 부상하며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화려한 학벌, 국민의힘 당대표 출신이라는 경력, 그리고 젊은 남성층을 대변하는 독특한 정치적 색깔은 그를 대선 주자로서 돋보이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개혁신당을 창당하고 제22대 총선에서 경기도 화성시 지역구에 당선되며 정치적 존재감을 확립한 그는 ‘압도적 새로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성 정치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 행보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주요 정치인들 가운데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히는 이 후보는 ‘분열과 갈라치기’ 스타일의 정치와 젊은층 외 세대와의 소통 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그의 정치적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적 리더십과 포용력 부족을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한다.
이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정치 지형에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지만, 50·60세대를 비롯한 국민 전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후보는 자신이 가진 젊음과 선명한 정치적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비호감 이미지를 극복하고 세대 통합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40대 젊은 대통령 도전...‘세대교체’의 상징
제21대 대선에 만 40세로 출마하는 이 후보는 젊은 대권 주자로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젊음의 거리’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앞장서는 ‘퍼스트 펭귄(도전자)’이 되겠다. 차가운 바닷속에는 범고래 같은 포식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가 반드시 건너야 할 바다면 주저 없이 먼저 뛰어들겠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판갈이를 하겠다”며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운 이 후보의 기자회견은 정치권에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투데이신문> 이 정치평론가 5인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 ‘젊음’이다. 투데이신문>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나이가 깡패”라며 “청년 정치인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동정은 이 후보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젊고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점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부분”이라며 “40세에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한국 정치에서 ‘젊은 나이’가 주는 신선함은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을 상쇄할 만큼 강력한 정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존 F. 케네디는 43세에 미국 대통령이 돼 사람을 달에 보냈고, 버락 오바마는 46세에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는 발언을 통해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신감과 포부를 드러냈다.
특히 이 후보는 36세의 나이에 국민의힘 당대표에 선출되며 헌정 사상 최연소 제1야당 대표로 기록된 바 있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젊은 나이에도 충분히 대권을 쥘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인물임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정치평론가들은 이 후보의 대선 출마가 단순한 상징적 이벤트를 넘어, 그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대선주자로 각인시키는 중요한 기회”라며 “단순히 얼굴 마담 역할을 넘어, 향후 대선주자로서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세대교체를 외치며 출마한 만큼, 천하람 의원 등 개혁신당 인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특임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꼬마 민주당에서 보여준 꾸준함과 우직함이 결국 대통령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며 “이 후보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적 서사를 구축하고 사람·정책·조직을 하나의 브랜드로 엮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보적 정치색·화려한 이력
이 후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독특한 정치적 색깔이다.
박 특임교수는 “자기만의 색깔을 구축한 정치인이 얼마나 되나. 이 후보는 ‘똑똑하고 젊다’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2030 남성층을 대변한다는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자신만의 색깔과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이 후보는 정치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뛰어난 언변을 자랑한다.
이러한 학력·화법 그리고 2030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선명한 메시지는 이 후보를 더욱 매력적인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후보는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치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뛰어난 정무 능력과 정치 감각도 그를 돋보이게 만든다”면서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모습은 그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후보는 개혁신당을 창당한 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도 화성시 을 지역구에 출마해 42.41%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동탄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 승리는 이 후보의 대선 도전에 강력한 발판이 됐다. 이는 그가 기성 정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개척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호감·갈등 조장 ‘넘어야 할 산’
하지만 이 후보의 정치 행보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약점도 존재한다. 특히 높은 비호감도는 그에게 커다란 정치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주요 정치인 가운데 가장 높아, 비호감도 1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1%)와 이 후보(45%)는 오차범위 내에서 비호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박 교수는 “이 후보의 정치 스타일은 분열과 갈라치기의 정치”라며 “예의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며 낮은 호감도의 이유를 분석했다.
이 후보는 ‘세대 포위론(2030세대와 국민의힘 주요 지지층인 60대 이상을 결집해 4050세대를 견제하는 전략)’을 통해 20대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일각에서는 젠더 및 세대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전장연 시위 비판·여성 징병제·도시철도 무임승차 폐지 제안 등 불편한 이슈에 강하게 대응해 정책 선명성은 얻었지만 통합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특임교수는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대통령 후보로서 특정 세대만 대변하는 정치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브랜드’ 바꿀 계기 마련해야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는 대중의 인식 역시 이 후보와 국민 간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박 특임교수는 “지나치게 똑똑한 척, 아는 척하는 인상이 반감을 산다”면서 “단순한 의견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 거리감과 공감 부재로 이어지며 강한 반작용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말투를 좀 더 진중하게 바꾸고 갈등을 조장하는 전략이나 타인 비난을 지양해야 한다”며 “청년다운 희망과 건강한 담론을 제시할 때, 지금까지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덧붙여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치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며 “현 상태로는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선’ 정치인으로서의 진화 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기회
이 후보의 정치적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 스타일의 재정비다.
지금까지 보여준 날 선 언변과 대립적 태도는 이 후보의 주목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많은 유권자에게 감정적 거부감을 안겨줬다.
이제는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 세대 간 연결을 꾀하는 통합적 메시지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정치 브랜드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비판자’나 ‘갈등’의 이미지를 넘어 국민 다수를 아우르는 포용력 있는 지도자상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 도전은 정치적 확장의 기회가 아니라 한계의 증명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이 후보에게 단순한 출마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진화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무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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