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레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다. 뿌리로 만든 구수한 둥굴레차가 보리차와 함께 대단히 유명하기 때문. 그런데 막상 둥굴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둥굴레는 뿌리부터 어린순까지 버릴 것 하나 없나 없는 식물이다. 한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둥굴레는 나물로, 차로, 약재로 오랜 세월 널리 쓰였다. 둥굴레란 이름은 둥글둥글한 뿌리줄기의 생김새에서 비롯됐다. 한자로는 황정, 즉 ‘노란 정수’로 불리며 예부터 자양강장의 묘약으로 귀히 여겨졌다. 둥굴레에 대해 알아봤다.
어디서 자라고 언제 만날까
둥굴레는 한국 전역의 산과 들, 숲속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깊은 산 큰 나무 아래나 숲 가장자리에서 특히 잘 볼 수 있다. 러시아, 몽골, 일본, 중국에도 분포하지만,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난다.
이 여러해살이풀은 높이 30~60cm 정도로 자란다. 땅속 뿌리줄기는 육질로 옆으로 길게 뻗는다. 잎은 좁고 긴 타원형으로 5~15장이 두 줄로 어긋난다. 꽃은 5~6월에 피며, 흰색 종 모양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1~3cm 길이의 꽃대에 2개씩 달린다. 열매는 10월에 검게 익는다. 제철은 봄, 어린순이 올라올 때다. 뿌리는 가을에 캐는 것이 가장 좋다. 이때 뿌리가 영양을 듬뿍 머금고 있어 약효도 강하다.
이름의 유래는 뿌리줄기의 모양에서 찾을 수 있다. 둥글레라 불리는 이유는 뿌리가 둥글고 길게 이어진 모습 때문이다. 한자 이름 황정은 뿌리의 노란빛과 정수를 뜻한다. 옛 문헌에서는 편황정, 옥죽, 수위, 선인반, 죽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이 이름들은 모두 둥굴레의 생김새나 약효를 반영한다.
맛과 요리법
둥굴레는 뿌리와 어린순 모두 먹을 수 있다. 어린순은 봄에 채취해 나물로 즐긴다. 뿌리는 가을에 캐서 차로 달이거나 쪄서 먹는다. 순의 맛은 산둥굴레, 용둥굴레, 왕둥굴레, 각시둥굴레 등 종류에 따라 다르다. 쓴 것도 있고 단 것도 있다. 뿌리는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특징이다. 이 맛 덕에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둥굴레 나물을 만들려면 먼저 어린 잎과 줄기를 채취한다.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2분 데친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데친 둥굴레가 쓰다면 찬물에 헹궈 쓴맛을 뺀다.
쓴맛이 강할 경우 찬물에 30분~1시간 담가두면 부드러워진다. 물기를 짜낸 뒤 볼에 넣고 참기름, 고춧가루, 다진 마늘, 멸치 액젓, 깨소금으로 양념한다. 고추장은 색을 내고 감칠맛을 더해준다. 양념은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고추장 대신 된장으로 무쳐도 깊은 맛이 난다. 이렇게 무친 나물은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비빔밥에 올리거나 쌈장에 싸 먹어도 좋다.
뿌리로는 황정죽을 만들 수 있다. 뿌리를 깨끗이 씻어 얇게 썬 뒤 말린다. 말린 뿌리를 곱게 갈아 쌀과 함께 죽을 쑨다. 쌀 1컵에 둥굴레 가루 2~3큰술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약한 불에서 끓인다. 부드럽게 퍼질 때까지 자주 저어준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구수한 황정죽이 완성된다. 이 죽은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며 기운을 북돋는다.
둥굴레차는 가장 대중적인 먹는 법이다. 뿌리를 캐서 깨끗이 씻은 뒤 쪄서 말린다. 말린 뿌리를 얇게 썰어 볶는다. 볶은 뿌리 20g을 물 600ml에 넣고 약한 불에서 20분 달인다. 매우 구수하고 들쩍지근한 맛이 난다. 티백 둥굴레차와 비할 바 아니다.
뿌리를 장아찌로 만들기도 한다. 생뿌리를 얇게 썰어 된장이나 고추장에 2~3주 재워둔다. 간간한 맛이 뿌리의 단맛과 어우러져 별미다. 황정주는 뿌리를 소주에 담가 만든다. 뿌리 100g을 소주 1L에 넣고 3개월 이상 숙성한다. 하루 한 잔씩 마시면 기운을 돕는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일부 둥굴레 잎은 쓴맛이 강할 수 있다. 나물을 만들 때 충분히 데치고 찬물에 담가 쓴맛을 빼야 한다. 뿌리를 캘 때는 독초인 은방울꽃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은방울꽃은 꽃대가 녹색이고 뿌리가 다르다. 둥굴레는 꽃대가 붉은빛을 띤다. 채취할 때는 군락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금씩만 캔다.
효능과 민간요법
둥굴레는 예부터 약재로 사랑받았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황정을 ‘상약 중의 상약’이라 칭했다. 인삼보다 높은 서열에 올랐다. 본초강목은 꾸준히 먹으면 오장이 편해지고 천수를 누린다고 전한다. 뿌리와 줄기는 자양강장제로 쓰였다. 병후 허약한 몸을 회복시키고 기력을 북돋는다. 달콤한 맛은 오장에 이롭다. 특히 신장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민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됐다. 기운이 없고 입이 마를 때 말린 뿌리를 가루 내어 하루 10g씩 세 번 먹는다. 기미나 여드름을 없애려면 말린 뿌리에 꿀을 발라 볶는다. 이를 곱게 갈아 하루 2g씩 식후에 먹는다. 땀이 많거나 열이 있을 때도 효과적이다. 둥굴레차는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 좋다. 음주 전후에 마시면 위장을 보호한다. 비타민, 칼슘,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고른 영양 섭취에 도움 된다.
정력 증진에도 탁월하다. 남성의 정력을 돕고 여성의 불감증을 완화한다. 황정주는 성욕 촉진과 기력 증진에 좋다. 부부가 함께 마시면 좋다고 전해진다. 당뇨병, 고혈압, 폐결핵, 비만, 변비에도 이롭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배고픔을 잊게 하고 몸을 가볍게 만든다. 옛 피난민들은 흉년 때 구황식물로 둥굴레를 먹었다. 신라의 원효대사는 수도하며 둥굴레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주의할 점이 있다. 속이 차거나 잠이 많은 사람은 피해야 한다. 매실과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체질에 따라 과다 섭취는 피한다. 연하게 우려 마시면 수개월 동안 문제없다. 목적 없이 섞어 마시는 것은 체질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옛이야기 속 둥굴레는 신비로운 식물이었다. 중국 임천의 여자 노비가 산에서 뿌리를 먹고 몸이 가벼워졌다. 나무 위로 날아오르며 선인이 됐다. 주인이 술과 음식으로 유혹하자 능력을 잃었다. 이 전설은 둥굴레의 강장 효과를 상징한다. 회춘의 영약이라 불린 이유다.
오늘날의 둥굴레
둥굴레는 여전히 사랑받는 식물이다. 산나물로, 차로, 약재로 다채롭게 활용된다. 봄이면 등산로에서 둥굴레 순을 채취하는 이들을 만난다. 뿌리는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티백 형태의 둥굴레차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여드름과 기미를 완화하고 피부를 곱게 만든다. 꾸준히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체력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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