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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1965년 제작된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은 프랑스 감독 자끄 드미의 손끝에서 탄생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뮤지컬 영화다. 전통적인 뮤지컬과는 달리, 이 영화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구성해 ‘전창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지평을 넓혔으며, 감미로운 음악과 몽환적인 색채로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쉘부르의>
▼ 줄거리
프랑스의 소도시 쉘부르. 우산 가게에서 일하는 열일곱 살 소녀 주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는 자동차 정비사 기(니노 카스텔누오보)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 있다. 그러나 알제리 전쟁에 소집된 기는 그녀를 떠나야 하고, 둘은 역에서 눈물의 이별을 한다. 주느비에브는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홀로 남게 되고, 어머니의 권유로 부유한 보석상 카사르와 결혼을 택한다.
한편 전쟁에서 돌아온 기는 자신이 알던 삶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주느비에브는 이미 그의 곁에 없고,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다른 여성과 가정을 꾸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눈 내리는 겨울 어느 날, 우연히 주유소에서 마주한 두 사람. 짧고도 길었던 사랑의 여운은 그렇게 서로의 삶 속에서 조용히 스쳐 지나간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 사랑이 운명 앞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기억 속에서 어떤 색으로 남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이 영화의 독보적인 형식은 모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마치 대화를 음악으로 번역한 듯한 전개는 초반에는 낯설지만, 이내 음악이 인물의 감정과 완벽히 일치하며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테마곡 'I Will Wait for You'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주인공들의 아련한 감정을 정수로 압축한다.
감독은 크리스찬 디올이 제작한 의상과 파스텔톤의 색채를 이용해 영화 전체를 하나의 회화처럼 구성했다. 장면마다 색감이 감정을 대변하고, 인물의 운명을 예고한다. 시각적 연출은 현실의 비극과 감정의 순수함을 동화처럼 포장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강렬한 이별의 씁쓸함을 직면하게 만든다.
<쉘부르의 우산> 은 단지 한 시절의 낭만을 담은 영화가 아니다. 뮤지컬 영화의 형식적 실험을 뛰어넘어, 예술과 감정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다.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감정의 깊이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 “사랑은 때로 끝이 아니라 변주의 이름”이라는 메시지에 다다르게 된다. 음악과 색채, 기억의 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다시 꺼내 볼 때마다 또 다른 감정의 풍경을 선사한다. 훗날 2016년 영화 <라라랜드> 에 큰 영향을 주며, 사랑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어긋남을 시적으로 풀어낸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라라랜드> 쉘부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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