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내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들)'이 고금리 여파에 직면하며 속속 주택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부동산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영끌의 후유증'이 본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신청은 총 1만8,5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4,564건)보다 27.5%, 2023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83.7%나 급증한 수치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에 대해 금융기관이 법원을 통해 강제 매각 절차를 밟는 것으로 대개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 신청은 7,726건으로 전체의 약 4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5,947건)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가계 부채 부담이 집중된 주택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2,10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788건), 부산(778건), 인천(662건) 순으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영끌족이 몰렸던 수도권 중심으로 임의경매 신청이 쏠린 셈이다.
이러한 임의경매 급증의 배경에는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과거 고정금리로 집을 마련했던 이들이 변동금리 전환 시점에서 감당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2020년 전후로 공급된 2%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데 현재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07~5.59% 수준으로 올랐다.
인천 송도 아파트 말그대로 집값 '반토막' 났다
영끌족이 내집마련을 할 시기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규제가 느슨했던 탓에 대출 상환 능력을 초과한 영끌 구매가 이어졌다. 무리하게 빚을 내 아파트를 장만한 부담이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임의경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적은 만큼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 송도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2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며 실거래가는 최고가 대비 절반 이하로 급락한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더샵 송도 마리나베이' 전용면적 84㎡는 최근 6억52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과거 최고가인 12억4,500만원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인천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전용 99㎡ 역시 12억5,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52% 하락하며 거래되었고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134㎡도 15억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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