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간과하기 쉽지만 토트넘홋스퍼는 유럽대항전에서 제법 잔뼈가 굵다. 1962-1963시즌 잉글랜드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유럽축구연맹(UEFA) 컵위너스컵(1999년 폐지)에서 영국 구단 최초로 유럽대항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UEFA컵(현 유로파리그) 초대 우승팀이기도 하다. 1971-1972시즌 토트넘은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프랑스 낭트, 루마니아 라피드부쿠레슈티와 UTA아라드, 이탈리아 AC밀란, 잉글랜드 울버햄턴원더러스를 차례로 꺾고 정상에 섰다. 참고로 토트넘과 울버햄턴이 UEFA컵 결승에서 만난 건 잉글랜드 구단끼리 유럽대항전 결승전을 치른 최초의 사례다.
그로부터 53년 뒤, 토트넘이 다시 한번 유로파리그 우승컵 앞에 선다. 만약 토트넘이 우승한다면 1971-1972시즌, 1983-1984시즌에 이어 세 번째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손에 얻는다. 17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 리그 16위까지 추락하며 체면을 구긴 토트넘이 가장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다.
토트넘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약 한 달 전부터 리그에서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통해 유로파리그에 나설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도모해왔다. 애스턴빌라와 리그 경기도 현지시간으로 기존 18일에서 16일로 이틀가량 앞당기는 데 성공했다. 결승에 진출한 다른 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도 16일에 리그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다고 할 만하다.
비록 루카스 베리발, 제임스 매디슨 등 일부 주전들이 시즌 아웃으로 유로파리그 결승에 나설 수 없지만 손흥민 복귀는 기대해볼 만하다. 손흥민은 지난달 11일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와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을 하다가 교체된 이후 발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복귀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적어도 유로파리그 결승을 앞두고 손흥민이 실전에 돌아올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에 나선다면 당연히 팀에 큰 도움이 된다. 히샤를리송이나 윌송 오도베르는 유로파리그에서도 아쉬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마티스 텔이 시나브로 경기력을 올리고 있지만 손흥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데얀 쿨루세프스키는 매디슨과 베리발이 모두 없는 상황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을 가능성이 더 높다. 손흥민이 복귀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선발로 나서야 하는 환경이다.
다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과거 에이스를 섣불리 결승에 선발로 내세웠다가 우승을 놓친 아픈 기억도 되새길 것이다. 2018-20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도달한 토트넘은 4강에서 맹활약한 루카스 모우라 대신 막 부상에서 돌아온 해리 케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토트넘은 리버풀을 상대로 득점하지 못하며 0-2로 무너졌다. 당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리버풀이 빅이어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손흥민은 케인에 비해 부상 기간이 짧을뿐더러 당시 모우라처럼 이번 시즌 토트넘 선수 중 유럽대항전에서 특출난 활약을 펼친 선수도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결승 시점에 실전 감각이 온전히 올라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손흥민 선발을 두고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걸로 보인다. 손흥민이 늦어도 빌라전에 복귀하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혹여나 유로파리그 결승에 딱 맞춰 돌아온다면 토트넘 입장에서는 ‘케인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서 고심이 깊어질 걸로 보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홋스퍼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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