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대법원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한 후 법원 안팎에서 '선거개입'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전국 법관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
현직 부장 판사를 비롯하여 법원 내부에서도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사법부의 대선개입 논란과 관련해 '사법부 신뢰 회복'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인한 선거개입 논란이 사법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과 특검을 추진 중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절차를 보류하고 회의 결과를 지켜본 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14일 예정된 조희대 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李판결'에 현직판사, 법원공무원노조 등 대법원장 사퇴요구
법관대표회의, 대법원 상고심 관련 입장 표명 전망
전국법관대표회의는 9일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며 "임시 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회의체다. 의장은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이번 임시회의 소집은 한 법관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단체 대화방에서 임시회 소집 여부에 대한 비공식 투표를 진행했고 5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임시회의 개최가 결정됐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법부 내에서는 이 후보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내려진 점에 대한 입장 표명과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 등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민주당 등의 사법부 전방위 압박에 대한 대응 방침도 추가적 안건으로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 소송 기록 열람·검토 기록 공개 서명운동 등 사법부를 겨냥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 전국대법관대표회의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는 7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린 게시글에서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론에 대하여 대법원장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느냐"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즉시 임시회의를 소집해 현 사태에 대해 진단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도 코트넷에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법원 공무원들도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조 대법원장이 헌법 제1조를 위반하고 선거에 개입해서 국민의 주권을 찬탈하려 했다"며 "조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위반과 사법부 신뢰 훼손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법원공무원 노조는 "이번 판결로 조 대법원장은 주권자 국민이 아닌 임명권자 윤석열을 따랐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으며, 그동안 법원 구성원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온 사법부 신뢰의 가치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는 다시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 조희대 특검 및 탄핵 보류...청문회는 예정대로 개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후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과 특검, 청문회 등 '풀스윙'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을 대선 이후로 연기함에 따라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나 특검법 발의는 유보키로 했다. 대선 국면에서 당이 사법부와 전면전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전 회장 9명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과 탄핵, 청문회 등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 청문회, 탄핵 추진을 중단하고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사법부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개별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의 책임을 묻는다면 사법부의 독립이 위협받으며 법관들이 안심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지 못하게 된다"며 "외부 권력과 여론에 법원이 휘둘리게 되면 정의는 설 수 없고, 사법부가 정치에 억압당해 법치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 특검법 발의 유보 이유에 대해 "지금 사법부 내부에 비판과 자정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며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행정부는 국무위원 누구도 대통령 계엄을 말리지 못했지만 사법부는 전국 법관들이 실명으로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하는 등 사법부 신뢰와 독립성 유지를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대법원장 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9일 선대위 회의에서 "내란 세력 재집권을 위해 이재명을 제거하려 한 조희대 사법쿠데타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겠다. 오는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선 개입 진상규명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은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그게 사법부 명예를 지키는 길이고, 양심적 법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찬대 "사법대개혁 실행"...대법관 100명으로 증원 4심제 추진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사법 대개혁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9일 회의에서 "민주당은 법원의 선거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사법 대개혁도 실행하겠다"며 "제2의 조희대, 지귀연 같은 정치 판사를 방지하는 제도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연서명에는 장 의원과 같은 당 김동아·김용민·김우영·문정복·민형배·박성준·부승찬·윤종군·정진욱 의원 등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법관 1인당 연간 수천건에 이르는 사건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개별 사건에 대한 충분한 심리와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어 상고심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해 대법원이 사건을 보다 심도 있게 심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대법관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사실상 '4심제'로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34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진욱 의원은 "지난 1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대법원 재판의 신뢰 회복 및 국민 권리 수호를 위해서라도 이 법안의 추진 당위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 제도의 사각지대를 제거하고 국민의 권리 구제 수단을 실질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공수처, 조 대법원장 고발사건 배당
이와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고발된 조 대법원장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9일 현재까지 접수된 조 대법원장 피고발 사건들을 모두 수사4부(차정현 부장검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와 검사를검사하는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조 대법원장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원심 판단을 뒤집는 상고심 판결을 선고했다고 주장하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도 비슷한 취지로 조 대법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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