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위기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수년간 수출 효자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품목별로 추진하는 고율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양면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반도체 수출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2024년에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이 1,4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한국 수출 산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한국의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2023년에 106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7%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반도체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반도체는 대미 수출에서 가격이 상승하게 되며, 그로 인해 수출액이 감소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과의 수출에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의 반도체 간접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반도체는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대중국 수출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1,330억 달러로, 이 중 85%는 메모리 반도체 및 IT 중간재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과 통상 마찰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2023년 2월과 3월에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각각 30%와 6.2%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반도체 수출처 중 하나이며,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로도 많은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간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관세 부과가 전 세계적인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출 상황은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KDI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되며, 이에 따라 생산 둔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제기됐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는 한국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방 수요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으로 수출 하방 압력이 높지만, 반도체 업황은 2분기부터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견고한 수요와 반도체 단가 상승 가능성에 따라 하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관세 부과는 단기적인 영향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제품에는 최대 25%의 관세 부과가 예고됐으며, 이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두고 있으며, 이들 시설에도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 반도체는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내 반도체 구매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격 인상으로 관세 부담을 해결하려 한다면, 반도체 가격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위험이 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세 부과와 보조금 정책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만약 관세 정책이 확정된다면, 반도체 가격 인상이나 생산 구조 조정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수요가 전방 산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 세계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수요 전망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AI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장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높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통상 정책과 글로벌 경제 상황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라는 새로운 위기 속에서도, 향후 협상과 시장 변화를 통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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