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지 말랬는데 왜”…롯데손보, 감독당국 반대에도 후순위채 상환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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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지 말랬는데 왜”…롯데손보, 감독당국 반대에도 후순위채 상환 ‘강행’

투데이신문 2025-05-09 09:1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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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금융감독원이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음에도 롯데손해보험이 약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일방적으로 집행하면서, 보험업계 자본규제 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 부채 상환을 넘어,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권한을 무력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전날 금융감독원이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2020년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고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산정 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특수한 채권이다. 따라서 조기상환은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계약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해왔다.

롯데손보는 당초 해당 콜옵션 행사 시 신규 후순위채를 발행해 기존 채권을 차환할 계획이었지만, 금감원은 자본비율(K-ICS)이 150%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이유로 신규 발행 승인을 유보했다. 

이후 롯데손보는 기존 채권만이라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했으나, 이 역시 금감원에서 공식 거절당했다.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투자자와 계약자 모두에게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었다.

“시장신뢰 지키려 강행” 해명에도…사실상 규제 무력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는 감독당국의 반대 입장을 전달받은 지 하루 만에 상환을 밀어붙였다. 사측은 전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일반계정 내 잉여자금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계약자 자산과는 무관하다”며 “시장 신뢰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해당 후순위채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편입한 상품으로, 콜옵션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있었다. 금감원의 불승인이 알려지자 일부 기관에서는 “예고 없이 상환이 철회된다면 향후 보험채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히 시장 신뢰 차원의 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감독당국이 명확하게 제동을 걸었음에도 상환을 단행한 것은, 자본규제 체계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는 자율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무력화한 첫 사례”라며 “사실상 감독권 위에 선 결정으로, 다른 보험사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사례선 감독지침 따랐는데…롯데손보만 ‘정면돌파’

과거 유사한 사례를 봐도 감독당국의 지침을 무시하고 조기상환을 단행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KDB생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콜옵션 행사를 미루며 자본확충을 우선했고, DGB생명 역시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넘긴 뒤 콜옵션을 행사해 정상 상환을 진행했다.

이처럼 다른 보험사들이 감독당국의 자본규제 기준을 준수하며 시장 안정을 우선시했던 것과는 달리, 롯데손보는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사례를 넘어서, 규제 시스템의 신뢰를 흔드는 조짐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매우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건에 대한 감독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지급여력비율이 기준에 미달한 상태에서의 후순위채 상환은 경영유의 또는 제재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개최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킥스비율 저하로 조기상환 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규에 따라 필요사항을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 논리에 밀린 감독체계?…“자본규제, 큰 틀의 리스크 관리”

일부에선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상환을 막는 것이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자본규제의 본질이 수치 관리가 아닌 보험사의 ‘지속가능성’과 ‘계약자 보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규제는 단기 재무 여력보다 더 큰 틀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라며 “이번처럼 승인을 받지 않고 자기자본 성격의 자금을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규제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자본성 증권 승인 기준, 비조치의견서 운용 원칙, 감독당국-기관 간 소통 체계 전반을 점검할 방침이다. 감독권이 실질적 효력을 갖기 위해선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규칙의 원칙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 설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자본규제의 실효성과 시장 신뢰의 균형 문제를 다시 꺼내 들게 만든 계기”라며 “K-ICS 기반 자본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단순한 선례로 넘기지 말고 정책적 재검토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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