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직썰] 금리 전환기, 채권의 반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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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직썰] 금리 전환기, 채권의 반격이 시작됐다

직썰 2025-05-09 08:00:00 신고

3줄요약
우리 사회는 금융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에 따라 가정의 살림살이부터 기업의 흥망, 국가 경제의 성패까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소개하고, 그것이 사회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편집자주]
[그래픽=안중열 기자]
[그래픽=안중열 기자]

[직썰 / 안중열 기자] 글로벌 금리 사이클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유럽중앙은행은 긴축 종료를 시사했으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3.5%로 고정하며 관망세에 들어갔다. 고금리 시대의 정점이 지나면서, 그간 소외됐던 채권시장에 다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이자 받는 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은 이제 예측 가능한 수익, 낮은 변동성, ESG 투자 수요, 디지털 기술의 결합 등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전략 자산으로 재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성과 낮은 변동성…채권의 본질적 매력

채권은 고정된 이자 지급 구조 덕분에 수익 예측력이 높고, 일반적으로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다. 예를 들어, 연 4% 고정금리 국고채에 5년간 투자할 경우 단리 기준 약 20%, 복리 기준으로는 약 21.7%의 누적 수익이 가능하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가 확정돼 있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고채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만큼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없으며, 투자자들은 이를 무위험 자산(risk-free asset)으로 인식한다. 신용등급 AA 이상인 회사채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되며, 일반적으로 우량 채권에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통상 A등급 이상을 ‘투자적격등급’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특성은 연금 운용기관, 보험사, 고령층 투자자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수요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채권은 보통 반기 또는 분기 단위로 이자를 지급하며, 국고채와 지방채의 이자소득에는 15.4%(소득세 14% + 지방세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어 세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특히 국고채의 연간 변동성은 대체로 5~7% 수준으로, 코스피나 S&P500 등 주식(연간 변동성 15~20%)보다 훨씬 낮다. 이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때 자산 방어 수단으로 유효한 선택지가 된다.

다만 만기 이전에 매도할 경우 금리 변화에 따라 시세 손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듀레이션과 금리 리스크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국고채의 안정성과 회사채의 수익성…전략은 어떻게 갈리나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현재(2025년 5월 기준)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약 3.2%, 10년물은 약 3.6% 수준이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평균회수기간(듀레이션; duration)’이 약 9년인 10년물은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약 9% 내외의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 이는 듀레이션을 활용한 1차 근사에 따른 추정치다.

반면 회사채는 신용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BB등급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은 연 6~15%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기에는 디폴트율이 일시적으로 10%를 넘기도 하며, 일부 투기등급(B- 이하)의 경우 훨씬 높은 부도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철저한 정보 분석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다.

NH투자증권은 BBB급 회사채 바스켓 상품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으며, 대신증권은 우량 회사채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나서고 있다.

◇채권 투자 5대 리스크…금리·신용·유동성·물가·환율

채권은 겉보기엔 안정적인 자산이지만, 다양한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고정금리 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투자자금의 듀레이션이 길수록 손실 폭도 커지는 ‘금리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주로 회사채 투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발행사의 재무가 악화되면 원금에서 손실을 볼 수 있는 ‘신용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다. KB증권은 내부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고위험 채권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발행량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은 시장 유통이 활발하지 않아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기 어렵다. ‘유동성 리스크’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물가가 상승하면 고정금리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줄어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숙제다. 가령, 연 3% 수익률의 채권이라도 물가가 4% 오르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외화 표시 채권은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수익률이 요동칠 수 있는 ‘환율 리스크’가 변수인 만큼, 환차손으로 이자 수익 이상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안정적인 자산’으로만 접근하긴 어렵다.

◇바벨·사다리 전략, ESG로 넓어지는 채권 운용

금리 하락기에는 장기채 편입이 유리하지만, 금리 방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바벨 전략과 사다리 전략이 대안으로 주목된다.

바벨 전략은 단기채와 장기채를 동시에 편입해 금리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사다리 전략은 다양한 만기의 채권을 균형 있게 분산 배치해 유동성과 재투자 타이밍을 확보한다.

미래에셋증권은 ESG 장기채와 단기 국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벨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금리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ESG 테마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실전 전략이다.

◇채권의 전략 자산화…ESG와 디지털이 이끈다

채권은 지금 구조적 재발견의 시기를 맞고 있다. ESG 트렌드와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 ‘지루한 자산’이라는 기존 인식을 빠르게 허물고 있다.

ESG 채권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편입되고 있으며,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화는 채권의 접근성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모바일 앱에서 소액 채권 직거래를 지원하고, 한국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투자자의 프라이머리 분배에 나서고 있다.

금리 피크아웃, ESG 확산, 디지털 전환이라는 삼각축 속에서, 채권은 예측 가능한 수익, 자본차익, 사회적 가치를 아우르는 미래형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고채의 안정성, 회사채의 수익성, ESG 채권의 시대정신, 디지털화가 만들어낸 유연한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은 채권을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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