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수형자 90명을 직접 조사해 중독 위험과 범죄 특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김창우 경북북부제1교도소 교감은 “이제는 처벌 중심의 교정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감은 법무부 교정본부가 발간한 ‘월간교정’에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단지 수감 중 심리치료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도소 밖까지 이어지는 치료적 사법 체계의 확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해외 주요국 사례와 국내 현행 제도 비교, 그리고 현장 기반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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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대신 치료”…미국의 ‘LEAD’ 프로그램
미국은 일부 주와 도시를 중심으로 마약사범에 대해 통상적인 기소 절차를 중단하고 치료 및 사회복귀 프로그램으로 직접 전환하는 LEAD(Law Enforcement Assisted Diversion)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의 재량에 따라 비폭력 경미범죄 혐의자에게 체포·입건 대신 주거·치료·복지 서비스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또 마약전담 법원(Drug Treatment Court, DTC)이 피고인에게 약물검사와 치료를 병행하게 하고 법원이 직접 감독하는 구조다. 김 교감은 “LEAD와 DTC는 재범률 감소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입증된 대표적 전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교정시설 내 집단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CCSATP)을 통해 수형자에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개월의 집중 치료를 시행한다. 참여자들은 주 3회, 회당 2시간씩 마약 재사용 방지와 삶의 태도 변화 교육을 받는다.
김 교감은 “호주 프로그램은 단순 교육이 아니라 실제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구조”라며 “교정시설의 기능이 치료기관으로 확장되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은 민간 주도 회복센터인 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를 운영 중이다. 마약중독을 스스로 경험한 이들이 회복 공동체를 이루어 동료 지지 기반의 자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은 치료시설 적고 민간 연계 미흡…출소 후 관리 절실”
반면 우리나라는 치료 중심 제도가 여전히 취약하다. 교정시설 내 심리치료는 일부 교도소에만 설치돼 있고 치료인력 부족과 프로그램 표준화 부재 문제가 지적된다.
교도소 밖 민간 연계도 약하다. DARC와 유사한 국내 시설은 전국에 단 1곳, 경남 김해의 민간 재활시설에 불과하며 지역사회 기반 자조모임도 제약이 많다.
김 교감은 “출소 후 마약사범이 재활할 수 있는 연계 체계가 사실상 없다”며 “정부가 민간단체, 지역사회와 함께 회복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독자라는 이유로 재발이 곧 재범으로 취급되는 현실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감은 교정시설 내에서도 범죄횟수, REPI(재범위험지표, Re-entry Program Indicator) 등급에 따라 교육을 기본·집중·심화로 나누고 심화 과정에는 자조모임과 회복일지 작성 등 심리중심 프로그램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관찰소 교육도 ‘수강명령’ 중심이 아닌 회복 동기 유지·자기조절·재발방지 실천 중심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감은 “형식적인 교육을 넘어 심리, 사회, 생계, 정체성까지 포괄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마약 중독자의 교정 정책이 처벌이 아닌 회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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