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올 시즌 프로농구 국내 선수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안영준의 처참한 경기력이 계속되고 있다. 안영준의 부진을 놓고 전희철 서울 SK 나이츠 감독은 “내가 능력이 없어서 (기회를) 못 만들어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안영준은 정규리그 52경기에 출전해 평균 14.2득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활약에 힘입어 지난달 9일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생애 첫 MVP의 영예를 안았다. 2017-2018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역대 6번째 신인왕 출신 MVP로 우뚝 섰다.
안영준은 수원 KT 소닉붐과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존재감은 없었다. 4경기 평균 7득점 5리바운드 1.5어시스트에 그쳤다. 창원 LG 세이커스와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에서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2경기 평균 10득점 4리바운드 0.5어시스트에 머물러있다.
안영준의 부진에 SK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SK는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2차전 홈 경기에서 LG에 71-76으로 졌다. 앞선 5일 홈에서 펼쳐진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패한 SK는 우승 확률 84.6%를 LG에 내줬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역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승리한 팀은 총 13회 중 11회 정상에 올랐다.
전희철 감독은 이날 LG 주포 칼 타마요를 막기 위해 끈끈한 수비 능력을 갖춘 안영준을 내세웠다. 하지만 안영준은 1쿼터 3분42초 만에 파울 3개를 기록하며 벤치로 나갔다. 이날 타마요는 27득점 7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반면 안영준은 공격에서도 영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31분44초를 뛰면서 9득점에 그쳤다. 어시스트는 없었다.
안영준의 침묵은 SK에 큰 타격이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은 안영준의 부진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제자를 감쌌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상대가 안영준에게 타이트하게 붙는다. 안영준만 잡겠다는 생각으로 붙어있는다. 선수 역시 답답할 것이다”라며 “감독인 제 잘못이다. 제가 능력이 없어서 (기회를) 못 만들어줬다. 두각을 드러내게 해주고 싶은데 제 역량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 패배의 책임도 떠안았다. 그는 “경기에서 패한 건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 내가 역량이 떨어져서 지는 것 같다. 이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선수들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감독인 내가 안고 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선수들이 감독을 어떻게 믿고 가겠나”라고 말했다.
SK는 3차전에서 안영준의 부활을 앞세운 반격이 절실하다. 3차전에서도 패할 경우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 3차전은 9일 LG의 홈 경기장인 창원체육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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