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삼성전자가 정체된 글로벌 IT 시장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의 M&A 전략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마시모 오디오 사업 인수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약 9년 만에 이뤄졌다. 비록 인수 금액이 삼성전자의 자금력 대비 크지 않고, 오디오라는 한정된 분야이긴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업계는 이를 '신호탄'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무려 105조원이다. 조(兆) 단위의 인수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자금력으로, 이 같은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삼성은 AI 기술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신산업 분야로의 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봇, 전장부품, 냉난방공조(HVAC), 의료기기(메디테크) 등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산업들이 삼성의 주요 타깃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들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올해는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자를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로봇 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산업·가정용 로봇은 물론 휴머노이드 분야까지 진출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M&A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로봇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로봇 전문 기업에 대한 인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반 로봇 기술은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분야 역시 삼성전자의 전략적 투자처로 꼽힌다. 이미 하만을 통해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한 삼성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장 분야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독일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부문 인수 가능성을 두고 주시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삼성의 자동차 전장 시장 내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도 삼성의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일랜드의 존슨컨트롤스의 HVAC 사업부 인수설이 흘러나오며, 관련 업계의 기대감을 키웠다. 냉난방 공조 기술은 스마트 홈 및 에너지 효율과 직결되는 기술로, 삼성의 가전 및 IoT 플랫폼과의 통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메디테크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성장한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으로, AI 기반 진단 기기, 스마트 헬스 디바이스, 원격의료 기술 등이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도 기술 확보 및 생태계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다음 M&A 시점으로는 반도체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5년 하반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증가가 본격화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마련되면, 삼성은 보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대형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삼성이 미래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중심으로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삼성전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국내외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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