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경기 안양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를 주제로 한 기획전 ‘회로의 공동체’를 오는 10일부터 6월 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전시공모 프로그램 ‘사각지대’의 일환으로, 오오에이 콜렉티브가 기획하고 김보원, 진숙희 작가가 참여하는 2인전이다.
‘회로의 공동체’는 기계와 신체의 접합 지점을 탐색하는 작업들을 통해 디지털 정보화 시대 속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양식을 재조명한다. 참여 작가들은 각각 아바타와 사이보그라는 혼성적 존재를 중심으로, 인간-기계 관계의 복잡성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김보원은 디지털 자아와 아바타를 통해 비물질적 정체성과 감각의 간극을 탐구한다. 초기작 ‘Ffffalling’(2019)은 게임 엔진 기반의 가상 존재 ‘ㅂ(비읍)’을 통해 디지털 자아의 실재 가능성을 제기하며, ‘Eye Contact’(2021)과 신작 ‘Penetrating Gaze’(2025)에서는 디지털 존재의 감정적 공허함과 소통의 단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진숙희는 기계화된 인간 신체를 정교하게 묘사하며, 생체 시스템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존재를 상상한다. ‘Changing Heart’(2024)와 ‘Body Recipe’(2024), ‘Secret Recipe’(2024) 등의 작업은 공장에서 조립되는 신체와 인공장기의 이식을 통해 사이보그화된 인간의 현실과 미래를 담아낸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가족사의 단면은 작업에 사실성과 깊이를 더한다.
‘회로’는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키워드다. 인간과 기계가 공유하는 생명 활동의 메커니즘으로서의 회로는, 에너지와 정보의 순환 구조를 은유하며 두 세계의 접점을 상징한다. 김보원이 주목하는 디지털적 접촉 ‘디지택트(digitact)’는 감각 없는 상호작용의 허상을 드러내며, 진숙희의 화면에서는 물리적 신체의 분해와 재조립을 통해 인간 존재의 재구성 가능성이 실험된다.
‘회로의 공동체’는 기술 진보 속에서 재정의되는 인간의 정체성과 감각, 그리고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전시다. 관람객들은 기계와 인간이 교차하는 시공간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미래 생명체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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