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전자가 약 9년 만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산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만(Harman)을 통해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업체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3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 인수 이후 최대 규모의 M&A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대형 M&A가 없었던 삼성전자로선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표 신수종 사업 발굴'이라며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사들이기로 한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문은 바워스앤윌킨스(B&W) 등 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대거 거느리고 있다. B&W 외에도 ▲ 데논(Denon) ▲ 마란츠(Marantz) ▲ 폴크(Polk) ▲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 다양한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그 중에서도 B&W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AKG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이어 이번 인수 합병으로 컨슈머(헤드폰·이어폰 등) 시장 1위 지위 강화뿐 아니라 카오디오 등 전장시장, TV, 스마트폰, 가전용 오디오 분야에서 삼성의 주요 사업부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인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게 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와 고객에게 브랜드별로 차별화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해 사업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스마트카 시대가 개화되기 시작하면서 고급 차량용 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하만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 2025년 608억달러에서 2029년 700억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하고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공격적인 M&A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번 인수 합병을 계기로 ‘포스트 하만’에 필적할 대형 딜이 연이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전장사업의 기반을 다졌고, 현재는 삼성의 또 다른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인수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멈췄던 삼성의 대형 M&A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5대 신수종 사업에 이은 이재용표 '미래 먹거리 사업‘이 본격 재가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주주총회, 기업설명(IR) 행사,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등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M&A 가능성을 언급해온 만큼 향후 추가적인 M&A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로봇, 인공지능(AI) 등이 이재용 시대 대표 신수종 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기존 14.71%에서 35.0%로 확대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차별화된 개인화 AI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ST) 인수 계약을 맺었다.
삼성 내부에서는 신사업 발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마무리됐다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 2023년 말을 기점으로 대표이사 직속 '미래사업기획단', DX 부문 산하 비즈니스 개발그룹 신설에 이어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사업팀으로 격상시키는 등 신사업 발굴 조직을 확충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성장 발판 마련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는데 이번 하만의 인수 역시 그 일환"이라며 "AI나 로봇, 전장사업 등 앞으로 회사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분야를 계속해 인수하거나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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