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을 때 잎채소에 싸서 먹는 건 한국에서 익숙한 식사 방식이다. 생채소는 기름진 고기와 함께 먹기 좋고, 균형 잡힌 한 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잎채소가 대장균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생으로 먹는 과정에서 독성을 가진 박테리아에 노출될 수 있고, 이 균이 대장암과 관련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 보건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STEC(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 감염 사례가 7년 전보다 약 10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박테리아는 잎채소에서 자주 검출되고 있으며, 감염자의 상당수가 30대 이하였다는 점에서 젊은 대장암 환자 수 증가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잎채소에서 검출된 STEC의 위험성
STEC는 ‘시가’라는 독소를 생성하는 대장균의 변형 균주다. 일반적인 대장균보다 감염력과 독성이 강하다. 주요 증상은 혈변, 격심한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이 있으며,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STEC가 만들어내는 ‘콜리박틴’이라는 물질은 장내 세포의 유전 정보를 손상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반복 노출될 경우 세포 변형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전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가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잎채소 섭취와 관련된 STEC 감염 사례 35건 중 8건은 가공 과정에서의 위생 미흡으로 발생했다. 6건은 재배지 주변의 동물 배설물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헌터 교수는 “잎채소는 껍질을 벗기거나 열을 가하지 않고 생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표면 구조상 세균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일반적인 세척만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척된 제품도 감염 사례 있어
STEС 감염은 세척된 포장 제품에서도 확인됐다. 헌터 교수는 “미리 씻어 포장된 상품에서도 STEC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척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거나, 유통 중 오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척 제품이라도 섭취 전 반드시 한 번 더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생으로 먹는 잎채소 특성상 조리로 세균을 제거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개인 위생 관리가 감염 예방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기후 조건도 STEC 확산에 영향을 준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세균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다. 폭염 이후 쏟아진 비로 인해 오염된 흙 속 세균이 작물에 옮겨졌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영국 보건당국은 젊은 대장암 환자 수 증가와 STEC 감염 사이의 연관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직접적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복합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잎채소는 식탁 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지만,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생으로 섭취하기 전 철저한 세척과 보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잎채소 제대로 씻는 법
잎채소는 조리 없이 먹는 경우가 많아 세척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추는 표면이 거칠고 주름이 많아 흐르는 물에 세 번 이상, 손으로 문질러가며 잎 사이까지 꼼꼼히 닦아야 한다. 물 온도는 미지근한 정도가 적당하다.
식초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깨끗한 물에 식초를 약간 풀고 상추를 1분간 담갔다가 다시 헹군다. 소금을 써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생으로 먹는 채소일수록 반드시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이, 고령자,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감염에 더 취약하다. 생채소를 자주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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