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미국과 중국·대만 간 무역 협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급락했다.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까지 더해지며 단기적으로는 1400원선을 상회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3원 급락한 13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6일(1374.0원) 이후 약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외환시장이 휴장 중이던 5~6일 사이, 역외 원·달러 환율도 대만 달러 강세 영향을 받아 1370원선까지 하락했다.
국내 시장 개장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장중 한때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시 1400원선에 근접하는 등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연구원은 “환율이 일시적으로 1360원대 중후반까지 빠졌던 것은 위안화와 대만 달러 강세 영향이 컸고,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연휴 기간 중 벌어진 흐름이어서, 실물 수요 주체인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달러 매수 세력이 이를 흡수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연휴 이후 환율이 비교적 빠르게 반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의 연간 하단을 1330원선으로 제시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뒀다. 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개선,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 둔화, 달러 예외주의 약화 등 펀더멘털 변화가 있다”며 “6월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본격화되면 위안화 안정과 함께 원·달러도 방향성을 잡고 추가 하락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까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 이어 미·중 갈등, 위안화 약세 등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환율 1500원선 전망은 국내 정치 리스크가 극대화됐던 시점에 나온 것”이라며 “조기 대선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고, 시장도 이를 일정 부분 반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은 “저가 매수 수요와 더불어 트럼프와의 협상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으로 달러화 반등 가능성이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조기 대선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조정되면 환율이 1400원대를 하회하는 흐름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유지될 경우 원화 강세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 우려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 교수는 “환율은 대내외 영향을 받지만, 결국 해당 국가의 기초 체력을 반영하는 지표”라며 “지속적인 저성장 구조 속에서는 원화의 방향성도 장기적으로 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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