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이하 현지 시간) 의약품 관세와 관련한 내용을 2주 내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가별 상호관세와 별개인 품목별 관세 부과를 재개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수입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의약품 관세 세부 내용이 공개된 후 다음 수순은 반도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관련 국내 기업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는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한미 당국이 현재 상호관세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상호관세를 레버리지로 삼아 환율 조정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국가 안보 앞세워 의약품 반도체에도 품목별 관세 부과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미국 내 의약품 제조에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등에 서명한 후 2주 내에 의약품 관세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의약품 관세는 상호관세와 별개로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로 추정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 중이며, 4월 3일에는 수입산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품목별 관세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에 대한 관세 발표 후에는 반도체 관세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미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에 대한 질문에 “25% 이상이 될 것이고 1년이 지나면 더 높아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의약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제약업계는 물론 뷰티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북미 시장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선크림의 경우 미국에서는 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복지부-산자부, 트럼프 정부에 ‘품목별 관세 면제’ 의견서 제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에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사용하고 있다. 즉, 외국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4일 “한미 간 의약품 무역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으로,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만큼 관세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미국 제약사의 생산 이원화를 지원하며, 공급망 안정성과 환자 약가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약품을 포함해 의료기기·화장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범정부 통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의약품 품목관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우리 업계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6일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보내 반도체 및 제조 장비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 균형을 강조하고 수입 제한 조치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는 물론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산 반도체 및 제조 장비는 미국의 안보와 공급망 리스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제한적임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요청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미 당국은 현재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해 오는 7월 8일까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면제 혹은 축소를 빌미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환율 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품목별 관세까지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 관세 협상 가늠자 미일 관세협상 난기류
美, 품목관세 및 상호관세 추가분 철폐 거부
한미 관세협상의 가늠자로 주목받는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한미 관세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일본과 2차 관세 협상에서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25%의 자동차 관세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못박았다.
또, 24%의 상호관세도 모든 나라에 적용하는 10%는 재검토할 수 없으며 상호관세 중 일본에 대한 추가분 14%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반면, 일본은 자동차 관세까지 포함한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측 장관급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2차 협상 뒤인 지난 3일 “일련의 관세조치를 모두 재검토해주기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 5일 시마네현 민방 TSK를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자동차로 대표되는 것과 같은 관세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지만 결론을 서둘러서 국익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국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협상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쿄신문은 “일본을 예외 취급하지 않으려는 미국 태도가 선명하다”며 협상이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태열, 美국무와 통화 “대선 감안 충분한 시간 갖고 관세협의”
한편, 한미 관세 협상은 오는 6월 3일 대선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6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내 대선 정국 등을 감안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협의를 해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조 장관은 한미 통상 협의 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서 갖는 차별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루비오 장관의 관심과 역할을 당부했으며, 루비오 장관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며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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