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약 19일 만이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 데일리 브리핑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고객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과문 낭독과 취재진의 질의응답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회장은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매장을 방문하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고충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고 이후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 역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언론, 국회, 정부의 질책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정보보호혁신위는 SK그룹의 최고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이어진 짧은 질의응답에서는 유심 가입 여부, 최고 경영자로서의 입장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 회장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고 유심 교체는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보안은 단순히 IT 부서의 영역으로만 여기고 전담시켰는데, 앞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책임을 분담해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계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냈다.
최 회장은 “현 시점에서 제 개인적 의견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위약금 면제 문제는 이용자 간 형평성과 법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이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인 만큼 좋은 해결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브리핑에서는 김희섭 커뮤니케이션 센터장, 임봉호 MNO 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이 연휴 기간 진행된 상황을 보고하며 대응 현황 발표를 이어갔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는 6일 기준 83만 명이 추가돼 총 2411만명(고객 2300만명, 알뜰폰 가입자 200만명 포함)에 이르렀다. 이 중 약 90만 명은 해외 로밍 이용자로 시스템 제한으로 자동 가입이 유보된 상태다. 오는 14일부터는 이들 역시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임 사업부장은 “이번 주까지는 유심 재고가 부족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순차적으로 공급이 늘어나 교체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셀프 개통 시스템을 개선해 준비 중이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다음 주부터 교체 속도가 확연히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위약금 면제 검토가 오래 걸리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린다”며 “이는 단순한 법적 검토뿐만 아니라 영업 현장의 실질적 문제, 고객 간 형평성과 차별 가능성, 재무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방침이 확정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부연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불법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FDS(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를 통해 이상 징후가 있는 기기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향후 AI 투자 계획에 대해서 SK텔레콤 관계자는 “변경 계획은 없으며 당분간 보안 강화와 고객 보호 조치에 최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현재 고객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며 주주들과는 별도로 소통하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과문 전문
최근 SK텔레콤의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분들과 국민들께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SK그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셨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 마음 졸이신 고객분들의 불편은 더욱 크셨습니다.
또 지금도 많은 분들이 피해가 없을지 걱정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특히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입니다. 고객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 기관의 질책은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일단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우선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해주신 2400만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심 교체를 원하시는 분들도 더 빠른 조치를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와 별도로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일선에서 애써주고 계신 T월드, 고객센터, 정부 및 공항 관계자, 그리고 회사 구성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객의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피겠습니다.
다시 한번 불편을 겪으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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