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석유화학, ‘구조조정 모드’ 전환?…고부가 미래 걸고 현금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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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석유화학, ‘구조조정 모드’ 전환?…고부가 미래 걸고 현금 확보 총력

폴리뉴스 2025-05-07 11:59:22 신고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생존을 위한 전환점에 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범용 제품 중심의 대량 생산’이라는 오랜 산업 패러다임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붕괴 위기를 맞으면서, 대형 화학사들이 속속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시장은 “이대로 가면 고사”라는 현실론을 받아들였고, 기업들은 결국 ‘몸집 줄이기’와 ‘현금 방어’를 택했다.

대표적 사례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2위 수처리 소재 부문인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핵심 제품은 RO(역삼투압) 멤브레인으로, 바닷물 담수화나 하·폐수 재이용, 산업용수 생산 등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LG화학은 지난 2014년 미국의 수처리 전문기업 NanoH2O를 인수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로 손꼽히는 알짜 사업이지만, 현 시점에서 LG화학은 이를 과감히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매각 예상가는 1조원 안팎이다.

이 같은 결단의 배경은 뚜렷하다. 석유화학 업황의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공급 과잉이 글로벌 시장 가격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년 3,218만 톤에서 올해 6,007만 톤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2027년에는 7,225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보다 과잉 공급이 훨씬 앞서는 구조 속에서, 저가 물량이 세계 시장으로 흘러나오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한국 석화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56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연간 손실은 1,360억 원에 달했다. LG화학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거나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은 포트폴리오 재정립 대상”이라며 “워터솔루션 같은 자산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2위 롯데케미칼도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 들어 파키스탄 법인(LCPL)의 지분을 978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일본 레조낙(Resonac) 지분 4.9%도 2,750억 원에 정리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의 2023년 말 기준 차입금은 10조 4,054억 원으로, 2022년 말(6조 1,679억 원)보다 40% 이상 증가한 상황. 이는 에너지 소재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 7,000억 원이 투입되면서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진 영향이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스페셜티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기능성 플라스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으로써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효성화학 또한 위기 탈출을 위한 자산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부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넘기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 법인(Hyosung Vina Chemicals) 지분 49%를 3,964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옵티컬 필름 및 기타 필름 사업부 정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 법인의 차입 부담이 컸던 만큼,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한 일회성 매각이 아닌, 본질적 전환으로 향하고 있다. ‘고부가 소재 중심’의 새로운 전략이 업계 공통의 생존 방정식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업황 회복 가능성이 낮고,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산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던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책은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정책금융,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정국으로 인해 산업 정책은 전면 표류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책적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기업은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도산 도미노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이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양에서 질’로의 전환을 통해 중국발 충격을 이겨내고, 다시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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