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시장 규제보다 자율 조정에 맡겨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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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시장 규제보다 자율 조정에 맡겨야 산다"

폴리뉴스 2025-05-07 11:54:58 신고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최근 국내 유통 산업 전반에서 경영 및 재무관리의 실패와 이로인한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024년 티몬(TMON)과 위메프(Wemakeprice)의 대금 미정산 사태에 이어, 2025년에는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 홈플러스와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며 심각한 불안을 초래했다.

협력업체(입점 판매자)에 대한 정산금 지급이 기한 내에 이루어지지 않자, 이른바 ‘제2의 티몬 사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고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지급 지연을 넘어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 및 지급불능 위험이 가시화된 구조적 재무위험의 신호로 해석 되고 있다.

이에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 학회는 7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룸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유통 플랫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제1발제자로 나선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 유통 플랫폼들은 정산 기간을 당겨주는 혜택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수수료가 비싸도 대형 유통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기업이 많은 이유"라며 "수수료만 낮추면 소상공인들이 이익을 얻을 것 처럼 오도하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포퓰리즘일 뿐이다.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상공인 정책은 겉돌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메프 사태, 홈플러스 사태 문제는 특정 기업의 경영상 도덕성 문제, 중과실의 문제로 거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당국의 특정 기업 부정행위(정산 기한 단축 규제가 아닌)에 대한 규제가 안될 것이 문제였다. 반시장적 규제의 부작용은 바람직한 효익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계속적 실패의 반복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유통 플랫폼의 몰락은 위메프아 홈플러스 사태에서 실증적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 운영사임에도 2025년 초 협력업체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결국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발란 또한 3월 말 정산금 지급을 중단하고 영업을 중지한 채 회생 절차에 돌입했으며, 이미 2023년 말 기준 자본총계 –77억 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두 사례는 모두 정산 지연이 단기 유동성 부족에 그치지 않고, 기업 내부의 재무 취약성과 유통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산 지연 사태를 단지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 특유한 현상으로 국한하여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일반화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확인되듯, 유동성 위기는 중개형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다. 

이는 사실 어음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존재하는 공통된 자금 운용 방식, 즉 일정한 정산 주기를 활용한 단기 운전자금 조달 메커니즘이 위기 발생 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정산 구조에 내재된 유동성 리스크는 사업모델의 디지털 여부와 무관하게 유통업을 포함한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시스템적 취약성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최근 일부 의원 발의안이나 정책 논의에서는 ‘플랫폼’이라는 포괄적 개념 아래 유통업 전체를 동일한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업별 재무구조・정산 방식・사업모델이 상이하며 유동성 위험도 이질적이다. 따라서 규제는 기업의 위험도를 기반으로 차등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선별적이고 정밀한 대응이 산업의 건전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며 모든 전략의 기본이 선택과 집중이듯 규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론적 배경 및 분석틀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재무위험과 정산 구조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대체로 정보 비대칭, 대리인 비용(agency cost), 유동성 관리 실패를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한다.

티몬・위메프 사례를 분석하면 자금난을 인지한 경영진이 정보 비대칭 하에서 위험을 협력사에 전가함으로써 정산 지연 사태가 악화되었다고 지적받고 있다. 즉, “받을 돈은 당겨받고 줄 돈은 늦게 준다”는 식의 행태로 협력사 유동성을 침해했다. 

업계만의 특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며, 재무위험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 규제를 적용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해외 연구들은 정보 비대칭이 유동성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Jensen and Meckling(1976)은 이해관계자 간 정보 격차가 클수록,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유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은 협력업체나 채권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정산 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에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비상장사가 많아 외부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정산 구조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전통적 지표를 플랫폼 기업에 적용할 때 일정한 한계가 존재함을 지적해 왔다. 플랫폼 기업은 일반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설계하며, 초기 단계에서는 수익성 확보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선시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전략은 영업적자와 현금소진의 지속, 그리고 협력업체로부터의 영업채무 조달 구조 유지로 이어지며, 기존의 수익성 중심 지표만으로는 리스크를 조기에 포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로는 Burn Rate와 Cash Runway와 같은 현금 흐름 기반 지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지표는 플랫폼 기업의 유동성 상황을 직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으며, 특히 외부 자금 조달이 지연되거나 투자 유치가 중단될 경우 위기 전이를 조기에 경고할 수 있는 신호로 기능한다. 실제로 다수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의 부도는 이익 지표보다 현금 유동성과 시장의 신뢰 수준, 나아가 정보 비대칭 하에서의 자금 접근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수익성 악화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과 협력업체가 해당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이며, 정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 신뢰 붕괴가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와 정산 구조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중개자(intermediary)로서, 다면시장(two-sided market) 이론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다.

이러한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초기에는 수익성보다 거래규모 확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종종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쿠팡,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기업들이 수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지향 전략은 판촉비 지출, 낮은 마진 정책, 물류 및 기술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산 구조는 모든 기업에서 기업의 현금흐름과 운전자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소비자 결제 이후 입점 판매자에 대한 지급까지 일정한 시차를 두는 구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불문하고 국내 유통업 전반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정산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는 약 25일, 롯데마트는 20~30일, 홈플러스는 45~60일 내외의 정산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간은 법적 기준(대규모 유통업법)보다는 실제 운영 관행에 기반한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산 지연’이란 이러한 통상적인 지급 주기를 일방적으로 연장하거나, 지급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을 의미하며, 일부 기업의 경우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한 사실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어음부도라는 현상으로 흔히 경험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논의에서는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표현이 흔히 사용되며, 이로 인해 정산 지연 문제가 마치 온라인 플랫폼 산업 고유의 문제인 것처럼 해석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산 구조의 기본 메커니즘은 플랫폼・오프라인・디지털 여부와 무관하게 유통 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정산 관련 유동성 리스크 또한 산업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다.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홈플러스는 수년 전부터 ‘홈플러스 온라인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앱’ 등을 통해 디지털 커머스 영역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상품 선택부터 결제, 물류, 고객 데이터 분석까지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갖춘 복합형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전환이 일정 부분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 지연 및 유동성 위기로 인해 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점은 디지털 전환 여부와 무관하게 유통산업 구조 내 정산 리스크가 동일하게 작동함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유통 산업 전반에서는 초기 점포 출점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성장 지향적 경영방식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이마트의 사업 초기 대규모 출점 전략이나, 과거 뉴코아의 확장 중심 운영 방식에서도 확인되듯,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기반 중개업체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산업 내 성장 기조라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와 시장 선점을 통한 지배력 확보를 목표로 ‘성장 우선, 수익 후순위’ 전략을 채택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전략은 충분한 외부 투자 유치가 지속될 경우에는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으나, 자금시장 경색이나 투자심리 위축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내재적 취약성을 수반한다.

이와 같은 위험은 특히 현금 소진률(Burn Rate)이 높은 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외부 자금 조달이 중단되는 순간, 정산 지연 → 미지급금 누적 → 협력사 이탈로 이어지는 리스크 전이 고리가 작동하게 되며, 이는 기업의 단기적인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의 기본 사이클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 중개 기반의 스타트업인 ‘발란’은 고정비 비중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현금 유입의 불안정성과 자금 조달 실패로 인해 2023년 정산 유예 사태를 겪었다. 당시 자산은 76억 원, 부채는 153억 원을 초과, 자기자본은 –77억 원, 운전자본은 –81억 원에 달하며, 사실상 장기간 협력업체로 부터의 자금차입 구조에 의존해 운영되었음을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2022~2024년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에 대한 정산을 지연함으로써 영업활동현금흐름(Cash Flow from Operations, CFO) 측면에서는 흑자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24년에는 유동부채가 전년 대비 1.3조 원 증가해 총 3.5조 원에 달했으며, 이에 따라 CFO는 1.19조 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수익 기반의 실질적인 영업성과보다는, 정산 구조를 활용한 부채성 자금 유입에 의존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CFO 개선은 정산 만기 도래 시 집중적인 자금 유출로 반전될 수 있는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 즉, 정산 구조는 운전자본 조절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구조적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는 리스크의 폭발적 전이 통로가 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유통기업의 사업모델 유형(직매입 vs. 중개), 사업 채널(오프라인 vs. 온라인), 조직 규모(대형 유통 vs. 스타트업)에 따라 정산 구조 활용 방식과 유동성 리스크 노출 양상은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유통산업 내 유동성 위기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의 유사성만이 아닌, 정산 메커니즘, 자금조달 방식, 운전자본 활용 행태에 대한 세분화된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정산 구조의 왜곡은 종종 대리인 문제의 결과로 나타난다. 경영진이 자금난을 숨기고 외형 성장 혹은 단기 연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급을 늦추는 행태는, 정보 비대칭 하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작용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산주기를 연장하면 채권자인 납품업체는 실제 위기를 사후적으로만 인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거래 단절과 연쇄부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발란의 경우, 경영진은 투자유치 실패가 확정된 뒤에서야 지급 중단을 공표했고, 이로 인해 다수의 입점업체가 채권회수를 포기하게 됐다. 홈플러스 사례 역시, 외형상 현금흐름이 안정되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만성적인 음의 운전자본 구조 속에 정산 기일을 연장함으로써 위험이 지연・축적되었다. 결국 협력사들의 거래 중단이 본격화되자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들은 플랫폼 기업의 부도위험 진단에서 단순 재무지표 외에도 정산구조 및 거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정산지연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유동성 리스크가 실현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사례 분석

1. 홈플러스: 디지털 전환 시도와 재무구조 악화의 교차점. 홈플러스는 국내 2위의 대형마트 운영사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기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적 시도를 지속해온 기업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홈플러스는 온라인 유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옴니채널 구축과 물류 혁신을 중심으로 디지털 커머스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우선,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배송 서비스 다각화 측면에서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온라인’을 통해 상품 판매를 확대했고, ‘마트직송’, ‘즉시배송’, ‘오늘밤 마트 직송’, ‘주류 이지픽업’ 등 다양한 배송 옵션을 제공하며, 오프라인 점포를 지역 밀착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는 배송 속도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전환 전략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이나 재무 건전성 강화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와 마케팅 역량이 일정 수준 제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사적인 실적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이라는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는 별도로, 2015년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구조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경로를 밟았다. 인수 당시 총 약 7.2조 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으며, 이 중 약 5조 원은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everaged Buyout, LBO)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거래 성사를 가능케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과 재투자 여력의 제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홈플러스에 안겨주었다. 인수 이후 MBK는 자산 매각 및 리스백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전략을 추진하였으며, 이는 단기적인 자금 유입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점포 수 축소와 고정비 비율 상승이라는 구조적 비효율을 초래하였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였고, 2024년에는 1,994억 원의 영업손실과 5,7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재무적 압박 속에서 홈플러스는 납품 업체에 대한 정산금을 1~2개월 지연 지급하고 이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산 구조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신뢰가 점차 약화됐으며 납품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며 거래 생태계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결국,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게 되었으며, 회생 직전까지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조달 시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사례는 전통 유통 대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더라도, 그것이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유통 구조 내 협력 생태계의 신뢰 회복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정산 구조의 불안정성이 위기 전이 경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매출 성장 정체, 투자 여력 약화, 정산 지연, 시장 신뢰 이탈 등 다층적 리스크가 시차 없이 중첩되며,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빠르게 전개된 사례이다. 결국, 정산 구조와 유동성 확보 전략이 단기적 방어 기제로만 활용될 경우, 이는 거래 기반 시스템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발란: 명품 플랫폼의 폭증 성장과 유동성 위기

발란은 2015년 설립된 국내 명품 플랫폼으로, 해외 부티크 및 셀러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운영했다. 그러나 2023년 3월 말부터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며 대규모 혼란에 직면하였다. 발란 측은 시스템 오류를 해명했지만, 정산 지연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하고, 피해 입점업체 수는 약 1,300곳으로 추정되었다. 이후 카드사・PG사 결제 중단과 함께 2025년 3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발란의 재무구조는 2023년 기준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창업 이래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과도한 할인 마케팅 전략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었으며,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시기 영업손실은 약 99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누적 손실로 인해 2023년 말 자본총계는 –77억 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초 유치한 약 75억 원 규모의 투자금도 긴급한 자금 수혈 성격이 강했으며, 지속적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있다. 할인 마케팅으로 인한 마진 악화, 신뢰 훼손(가품 논란 및 소비자 보상 지연), 협력사와의 거래 단절 등 복합 위기가 한꺼번에 폭발한 사례다.

발란은 외형 성장에 집중하면서 이익구조 개선에는 소홀했다. 자본잠식과 현금고갈 상황에서 정산금을 늦춤으로써 위험을 입점업체에 전가했고, 이는 곧 플랫폼 신뢰 기반 붕괴로 이어졌다. 이는 플랫폼 생존에 있어 단순한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확보, 정산 구조의 투명성, 유동성 관리 능력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플랫폼 특유의 공격적 성장전략이 어떻게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3. Made.com(영국): 재고 기반 D2C 모델의 구조적 리스크와 파산

Made.com은 2010년 런던에서 설립된 온라인 기반 D2C(Direct-to-Consumer) 가구 브랜드로, 전통적인 중개형 플랫폼과는 구별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로 직접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재고 소유 및 가격・물류 통제권을 기업 내부에 두는 제조판매 통합형 모델을 운영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플랫폼보다는 디지털 기반 유통기업 또는 자체 물류・재고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Made.com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포함하였다. 이는 made.com이 플랫폼적 중개 구조는 없었지만, 디지털 유통 생태계 내에서 수요 예측 실패, 재고 부담 확대, 현금흐름 악화 등이 유동성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리스크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집 꾸미기’ 수요에 대응해, 기존 주문제작 방식에서 대량 선제 재고 확보 방식으로 급격히 전략을 전환한 결정은 고정비 급등과 운영 리스크를 동시에 확대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Made.com은 2021년 6월 런던증시(IPO)에 상장해 약 1억 파운드를 조달하고,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약 7억 7,500만 파운드에 달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수요 둔화, 공급망 차질, 비용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2022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수익경고(profit warning)를 발령하였고, 결국 11월 법정관리(administration) 절차에 돌입했다.

기업가치는 18개월 만에 약 340만 파운드로 폭락하였으며, 브랜드 및 지적재산권 등 

주요 자산은 Next사에 헐값 매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약 320명의 직원이 해고됐고, 약 1,2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소비자 보증금이 환불되지 않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도 발생했다. 

4. Zilingo(싱가포르): 글로벌 패션 플랫폼의 추락

Zilingo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Ankiti Bose와 Dhruv Kapoor에 의해 설립된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동남아시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B2C 플랫폼에서 출발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한 기업이다. 이후 재고관리, 공급망 연결, 금융서비스까지 결합한 ‘패션 공급망 통합 플랫폼’을 표방하며, 단순 판매중개를 넘어 B2B 솔루션 영역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했다.

2019년 기준으로 Zilingo는 약 9억 7천만 달러의 기업가치로 평가 받으며 유니콘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급성장 이면에는 구조적인 재무취약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2019년 기준 매출은 약 9,8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순손실은 2억 3,400만 달러에 달해 매출 대비 손실 비율이 200%를 초과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물류비 부담, 대규모 고정비 투입 등으로 인해 현금 소진 속도(Burn Rate)는 급격히 상승하였고, 한때 월 700만~800만 달러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자, Zilingo는 미국 진출 철회, 대규모 구조조정 등 긴축 전략을 시도했으나,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2년 초 발생한 회계 불투명성 의혹이었다. 내부고발을 계기로 이사회는 독립 포렌식 조사를 개시했고 CEO Ankiti Bose는 직무정지 후 해임됐다. 

결국 Zilingo는 2023년 1월 일부 기술 자산을 스위스의 Buyogo AG에 매각한 뒤, 2월에 공식적으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Zilingo 사례는 스타트업 특유의 ‘성장 우선, 수익 후순위’ 전략과 회계・지배구조 리스크가 결합할 경우 기업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외형 성장에 매몰된 나머지 수익모델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이며, 여기에 내부통제 미흡과 거버넌스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기가 급속히 심화됐다. 

5. Jumia(아프리카): 플랫폼 신화의 경고등

Jumia는 ‘아프리카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2019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범아프리카 e-commerce 플랫폼이다.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11개국에서 쇼핑, 음식 배달, 물류,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한때 시가총액 20억 달러를 넘기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아프리카 시장 특유의 낮은 인터넷 보급률, 현금결제 중심 문화, 물류 인프라 부족 등으로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었으며, 수익성 문제도 심각했다. 고객 1인당 물류비용이 상품 마진을 상회하는 비효율적 단위경제(Unit Economics)가 고착화되었고, 지속적인 마케팅에도 활성 이용자 수는 정체됐다.

 2022년 CEO 교체 이후 Jumia는 마케팅 및 물류 비용을 절감하며 수익성 개선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도 흑자 전환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연간 조정 EBITDA 손실은 약 5,82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 말 기준 Jumia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 2,06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47% 감소했다. 

이같은 유출 속도를 고려할 때, 현금 Runway는 24개월 이내로 추정된다. 외부 리서치 플랫폼(GuruFocus) 기준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Jumia의 Altman Z-Score(상장기업)는 –14.68로, 일반적으로 ‘부도 고위험(Distress)’으로 분류되는 임계치인 1.8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는 Jumia의 과거 8년간 Z-Score 분포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기경보체계 구축과 제도적 정책 방안

최근 국내 유통 산업에서는 납품대금 정산 지연을 동반한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2025년 초 홈플러스와 발란이 협력업체에 대한 판매대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와 “제2의 티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었다. 특히 이와 같은 정산 지연은 단순한 일시적 현금 부족을 넘어, 기업의 구조적 재무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징후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태는 납품업체, 소비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전가할 수 있어, 사전적인 위험 탐지와 대응체계(EWS)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기업들은 ‘성장 우선’ 전략에 따라 영업손실을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이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가 축적되기 쉽다. 더불어 판매대금을 일정 기간 보유한 후 입점 판매자에게 정산하는 후지급형 정산 구조는 기업이 자금 운용 목적상 이를 단기 운전자본으로 활용하도록 유인하기도 한다.

예컨대 발란은 3단계에서 “투자 실패에 따른 정산 불능”이 핵심 원인으로 진단될 수 있고, 홈플러스는 “차입 구조와 정산주기의 한계”가 구조적 원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기업 내부에서는 자가진단 시스템으로, 투자자나 채권자에게는 의사결정 지원도구로, 그리고 공공 감독/규제기관에는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2단계와 3단계에서는 공정위, 금감원, 금융위 등 감독기관과의 정보공유와 공동 대응도 가능하다.

따라서 조기경보 체계는 민간 자율성과 공공 개입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다.

 해외 정책 사례 비교

유럽연합(EU): 판매대금 예치 의무와 거래 투명성

유럽연합(EU)은 지급서비스지침(Payment Services Directive 2, 이하 PSD2)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결제 기능 수행에 대한 인가제도와 자금 분리보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PSD2에 따르면, 플랫폼이 결제처리・정산 등 지급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려면 결제기관(Payment Service Provider, PSP)으로서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고객으로부터 수취한 자금을 자기계정이 아닌 별도 계정에 보관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

 이는 플랫폼이 거래대금을 자체 운전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임의 유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소비자 및 입점 판매자의 자금이 외부 충격이나 플랫폼 부실로부터 분리・보호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많은 유럽 내 디지털 플랫폼들은 결제처리 기능을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인가를 받은 외부 결제서비스제공자(PSP)와의 제휴를 통해 거래대금을 수취・이체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관련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영국의 전자화폐법(E-Money Regulations) 또한 전자화폐사업자에 대해 고객자금의 신탁 보관 또는 보험・보증 기반 보호를 요구하고 있어, 결제 자금의 금융규제망 편입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더불어, EU는 지급지연방지지침(Late Payment Directive, 2011/7/EU)을 통해 공공기관 및 민간 간 B2B 거래 모두에 대해 원칙적으로 60일 이내 지급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민간 중심 정산 시스템과 사후적 보호장치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산업은 연방 차원에서 명시적인 정산 시스템 규율은 부재하지만, 민간 중심의 자율운영과 사후적 보호장치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는 구조를 보인다.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인 Amazon과 eBay는 사용자 신뢰를 확보하고 정산 관련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플랫폼 내에서 정산 기준과 주기를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주 단위 혹은 14일 이내의 정산 주기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결제 서비스 측면에서는 PayPal과 같은 제3자 결제사업자가 법적 의미의 에스크로 제도는 아니더라도, 구매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소비자 보호 및 거래 신뢰도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시장 자율조정 메커니즘의 일환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텍사스 등 일부 주(State)에서는 위탁판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결제대금 또는 입점업체의 수익금을 신탁재산(Trust Property)으로 간주하는 법적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플랫폼이 파산 등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해당 자산이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소규모 판매자 및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는 위탁판매 기반 마켓플레이스의 구조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민간 보험시장에서는 특히 B2B 거래와 중소기업 납품거래를 중심으로 매출채권 보험(Accounts Receivable Insurance)이 활용되고 있으며, Coface, Atradius, Euler Hermes 등 글로벌 보험사는 납품업체 및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신용보증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은 거래대금 회수 지연이나 플랫폼의 부도 등으로 인한 정산 리스크에 대비하는 민간 차원의 보완적 보호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은 플랫폼 부도나 정산금 미지급과 같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며, 중소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보험료를 통해 유동성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금흐름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머니 트랜스미터 법(Money Transmitter Laws, MTLs)을 통해 고객자금 보호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유럽 시스템 보다는 미국 시스템이 우리 현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 했다. 

 플랫폼 기업의 재무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

거래량이 큰 유통 산업의 부도사례는 단순한 기업 실패를 넘어 다수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를 야기한다. 특히 홈플러스・발란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정산 지연은 단순 현금흐름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재무 취약성과 거버넌스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누적된 사후적 결과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조기경보체계(EWS)를 보완・지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거래대금 신속・안전 정산을 위한 타겟형 규율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의 정산 지연은 일부 사례에서 판매자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이어진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정산 구조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산 지연 문제를 모든 플랫폼 사업자의 구조적 문제로 일반화하거나, 일률적인 정산주기 단축을 제도화하는 접근은 시장 현실을 간과한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홈플러스 등 일부 기업의 정산 지연 사태는 정산주기 자체가 길어서라기보다, 지급불능에 가까운 경영상 구조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단순히 정산기한을 단축하는 방식의 규제만으로는 실질적인 리스크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정산주기 단축은 오히려 자금 흐름에 부담을 주어 직매입 거래의 위축, 자금 조달 비용의 상승, 유통업체의 회전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정산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일률적 규제가 아닌 위험 기반의 타겟형 접근과 자율 유도형 조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은 판매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Express Payout’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기존 3~5영업일이 소요되던 이체 기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한 바 있다, 이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민간 자율 개선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자율적 조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산 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기술 기반 모니터링 체계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산 지연이나 비정상 지급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알림 시스템을 통해 조기 대응을 유도할 수 있는 알고리즘 기반 경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규제기관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적 리스크 완화가 가능하도록 기술 기반의 감시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의 빠른정산도 매우 칭찬할만한 제도다.

또한,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적용 대상을 고위험 거래 영역으로 한정하고 거래유형별・업종별 차등 규제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직매입 거래와 특약매입 거래 등 정산구조의 차이에 따라, 수수료 정산, 판매마감 검토, 물류 리드타임 등을 반영한 유예기간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현실 또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플랫폼에만 정산기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납품업체가 거래 안정성을 이유로 대형 사업자에 집중하게 되어 중소 플랫폼의 시장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정산 안정성 확보는 시장 내 자율 유도와 기술 기반 감시 체계의 강화, 위험 기반 규제의 점진적 도입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오히려 대형 플랫폼이 아닌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플랫폼, 위험징후를 보이는 플랫폼에 선택과 집중하는 규제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접근은 규제가 시장 건전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중소업체의 생태계 내 자생력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중국의 경우,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가 ‘구매확정’ 시점까지 결제 대금을 보류하는 방식의 준(準)에스크로 구조를 민간 주도로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자율적인 소비자 보호 메커니즘으로 시장에 정착되어 있다.

이와 같은 국제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거래대금의 분리 보관과 안정적 정산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점진적으로 필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중소 규모 플랫폼에는 자율적 에스크로 활용을 유도하는 차등적 규율 구조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률적인 정부개입보다는 위험징후를 보이는 플랫폼에 대해서만 일정 수준 이상의 이용자 대금을 신탁계정이나 보증보험 등을 통해 분리 관리하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만하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공시가 필요조건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산대금 분리보관 의무의 전면적・일률적 도입은 자금 운용의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플랫폼 기업의 재투자 및 인프라 확장 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플랫폼이 보유한 거래대금은 일정 기간 내 정산 의무가 있음에도 기술 개발, 고객 서비스 개선, 물류 인프라 강화 등의 자금 재원으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쿠팡과 같은 경쟁력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이 등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도 설계 시에는 정산금의 일정 비율을 유보금 형태로 분리 관리하되, EWS지표가 우수한 즉 재무관리 지표들이 우수한 조건 하에서 사업자가 해당 자금을 유동성 운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정된 한도 내에서 단기 운전자금으로 활용을 허용하는 방식이 논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기술 기반 에스크로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정성, 상호운용성을 감독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공공 주도의 경직된 규제보다는 민간의 자율성과 기술적 혁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장 기반의 제도 환경을 조성하는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런한 정책적,학술적 시사점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부실 대응을 넘어,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체계적으로 제고해야 함을 의미한다. 플랫폼 경제는 이제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사회 경제적 기반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어 따라 EWS 및 규율체계는 단기 모니터링을 넘어서 산업 구조적 신뢰를 설계하는 사회적 계약 장치로 진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빠른 성장이라는 디지털 커머스 산업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 성장 속도에 대응 가능한 위험 완충장치와 메커니즘이 마련 돼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커머스 산업이 위험과 혁신의 균현위에 정착하고 기업, 소비자, 협력업체가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디지털 상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형 분석틀과 제도개선 방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적 기반이며, 향후 디지털 경제 시대에 요구되는 지속 가능한 재무위험 관리 프레임워크로서 실무와 정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재정 문제는 재정 문제로 접근해야지 다른 접근법을 써서는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토론에서 최졍혜 연세대학교 교수는 "문제는 정산 기간 단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플랫폼 자체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산 기간 단축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닐 수 있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정산 기간 단축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선정산 시스템 뿐 아니라 보험 가입 업체를 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미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산기일을 유연하게 적용해야지 유통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적용은 오히려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산일에 대한 정확한 지급이다. 정산일에 정산이 확실하게 이뤄지면 생산자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짤 수 있다. 고위험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산 주기 단축은 일률적 규제가 아니라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포퓰리즘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규제가 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수료는 영세기업들이 더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를 억제하는 것은 영세업자에게 더욱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제 기한 보다는 결제 금에 대한 보호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주현 스타트업 얼라이언트 전문 위원은 "최근 유통 플랫폼 업계에서 정산 문제가 터지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등이 더 큰 문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선 위험하고 비합리적인 규제들이 적지 않다. 하나의 법 테두리 안에 가두기 어렵다"며 "기술적 문제도 발생한다. 자동화 된 결제 시스템이나 정산금 분리 보관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기업이 이 제도를 갖추기 위해선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간다. 스타트업이나 중소 플랫폼은 규제 준수 비용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역차별이다. 대형 업체들의 횡포도 많다. 우리나라만의 규제가 많이 있다.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투자 유치가 2년 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스타트업이나 중소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정산 지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산 불능의 문제다. 규제로 인한 실익 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복잡하고 미묘한 유통 체계를 무시한 결정이 많다. 자생적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 죽이기가 아니라 살리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갖추도록 이끄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환경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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