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최근 급증하는 해외직구와 구매대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세법 위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관세법의 문언 내용과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품을 수입한 자’의 범위를 실질적인 수입행위자로 확대 해석했다.
|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관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구매대행업을 운영하던 A씨는 150달러 이상의 물품을 마치 150달러 이하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수입신고 없이 통관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총 824회에 걸쳐 시가 21억원 상당의 의류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의 밀수입죄 처벌 규정에서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하는 자’가 누구를 의미하는지였다. A씨 측은 이 조항이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만을 의미하며, 구매대행업자인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로부터 21억여원도 추징했다.
2심 재판부는 “관세법상 밀수입죄의 행위주체인 ‘물품을 수입한 자’가 납세의무자인 화주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구매대행업자인 피고인은 자기 계산과 책임으로 외국물품을 국내에 반입하는 행위를 했으므로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관세 등 부대비용을 포함한 물품판매가격을 직접 결정했고, 교환·환불 및 하자로 인한 리콜 수행 등 물품판매와 관련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했으며, 해외 운송주선업체 및 국내 운송회사 등과 계약을 체결해 통관절차 및 구매자들에 대한 최종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형태로 영업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결을 수긍하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조항 중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미신고 물품의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지배해 실질적으로 수입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조항은 행위주체를 ‘세관장에게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로 정하고 있을 뿐, 수입화주나 납세의무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주된 취지는 수입 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있고 관세수입의 확보는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하므로, 그 처벌대상은 ‘통관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입행위 자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실질적인 수입행위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물품의 수입 경위, 실제 수입 내지 통관 절차나 과정에 지배 또는 관여한 방법과 그 정도, 관세의 납부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