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칙·학칙대로 수업 거부자에 대해 유급·제적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또다시 의대생 집단 유급·제적을 막기 위해 학사 운영 원칙을 어긴다면 학생들의 요구 조건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애초에 의·정 갈등을 촉발한 정원 증원 문제 역시 정부가 의대생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동결했음에도 이제는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폐기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는 현재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고 있는 교육부 소관 업무도 아니며, 또 하루아침에 백지화할 정책도 아니다. 의대 교육 정상화 이후 차분히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의대생들은 내년도 정원 증원 문제가 ‘모집 동결’로 일단락되자 요구 조건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앞서 정부가 의대생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도 모집인원을 동결한 데에는 ‘망설이는 학생 복귀를 늘리기 위해서’란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각 대학이 유급·제적 대상을 확정한 7일 이후에도 또다시 학사 유연화 조치를 단행한다면 앞으로는 정부의 그 어떤 언급도 신뢰성을 갖기 어렵게 된다. 정부와 대학 총장들, 의대 학장들이 여러 차례 밝혔듯 올해는 학사 유연화 조치가 아닌 학칙대로의 대응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제적으로 결원이 생긴다면 원칙대로 편입학으로 충원해야 한다.
다만 정부·대학은 수업에 복귀한 학생이나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학사 유연화는 오로지 수업 복귀자들의 교육 여건 확보를 위해서만 필요한 조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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