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사상 최악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건설과 부동산 시장이 동반 침체에 빠지며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등록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건설업체 수는 14년 만에 최대치를 찍으며, 업계 전반에 깊은 한기가 감돌고 있다.
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동안 종합건설업으로 새롭게 등록한 업체는 총 131곳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직전 분기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로는 6.3%가 줄었다. 같은 기간 건설업 폐업 공고(일부 폐업·업종 전환 포함)는 160건에 달해,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9.4%가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 조정 국면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공공예산 축소, 정치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규 진입은 줄고 탈출은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건설 수주는 총 2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는 26.9%나 줄며 민간 부문 감소폭(-9.0%)을 크게 상회했다.
2월 한 달만 놓고 봐도 공공수주는 2조9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3% 줄었다. 이는 2019년 2월(2조8천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전년 대비 약 1조 원 삭감되면서 발주량 자체가 급감한 탓이다.
민간 수주는 소폭(0.6%) 증가했지만, 이는 대형 민간 프로젝트 일부에 기인한 수치일 뿐 전반적인 시장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분양 시장 침체, PF 채권 회수 우려, 공급 초과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겹치며 민간 건설사들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주 부진과 자금난은 중소·중견 건설사의 회생신청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1월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충북 1위 건설사 대흥건설까지 알려진 것만 올해 들어 10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는 월평균 2곳 이상이 쓰러지는 셈이며, 업계 구조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특히 지방 중견사들이 대거 도산 위험에 직면하면서, 지역 기반 건설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금 회전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과 자재비 급등을 감당하기 어렵고, 금융권의 대출 심사 강화로 PF 차입도 막히면서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건설업 침체는 고용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는 186,000명 줄어든 1,940,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한 수치로,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특히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현장 인력, 일용직, 계약직에서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지역 기반 고용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건설 경기 침체로 청년층의 귀향 및 이직이 급증하며, 지역 인력 공급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박철한 연구위원은 “트럼프 발 관세 불확실성, 부동산 PF 문제, 정국 불안이라는 삼중 리스크로 인해 수주와 투자가 전반적으로 경색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해도 당분간은 시장이 의사결정과 방향성을 지켜보는 관망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SOC 중심의 공공투자 확대나 PF 구조개선 같은 정책적 신호가 조기에 나오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일부 긴급 SOC 예산 재조정과 PF 유동성 공급 방안 검토에 나섰으나, 정책 실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지원, 인력 고용 유지 보조, 지방 건설시장 살리기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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