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먹거리 항목의 가격은 고환율과 이상기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복합 요인으로 인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동반 상승하며 국민들의 체감물가와 가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하며, 2022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외식 물가 역시 3.2% 오르며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오징어채다. 전년 동기 대비 46.9%나 급등하며 2011년 7월(47.8%)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초콜릿(21.2%)도 2009년 5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치(20.7%), 유산균(12.7%), 냉동식품(7.1%)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징어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국내 생산량 급감이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오징어 생산량은 42.1% 감소했으며,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요 원산지 해역의 수온 상승과 기상이변으로 어획량 자체가 줄면서 공급난이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 것이다. 고환율까지 겹치며 수입 식자재에 의존하는 제품들의 생산원가도 올라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가공식품 73개 주요 품목 중 10% 이상 상승한 항목은 무려 10개로, 이는 2023년 2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단일 품목의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공급망 이상,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 변수가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외식 물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장면은 5.1%, 짬뽕은 4.9% 올랐으며, 돈가스(4.3%)도 상승폭이 컸다. 이처럼 전통적인 서민 메뉴들마저 가격이 오르자 외식을 줄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원자재 가격의 불안정,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 부담,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적인 보조금 정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수입 다변화·유통 개선·기후 대응을 포함한 구조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급등한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대응을 위해 원재료 수입관세 인하, 농축수산물 비축물량 확대, 할인행사 예산 투입 등의 단기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높은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체감 물가의 핵심인 식료품·외식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면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상이변과 국제 정세 변화까지 고려할 때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여름철을 앞두고 수산물과 신선식품의 공급 확대 및 수입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가격 안정화 대책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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