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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원코칭 대표] 미국과 한국의 리더십 이론들을 비교하며 느낀 점은 미국은 혼자 튀는 리더십을 경계하고, 팀워크를 강조하는 반면 한국은 팀원들을 어떻게 하면 일하게 만들까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서구 사회는 리더의 권한이 큽니다. 그래서, 리더의 독단적 리더십을 막고, 팀 전체와 함께 성과를 이루도록 리더를 낮추는데 집중합니다. 오죽하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영어 표현이 ‘You are the boss’일까요? 리더의 권한이 워낙 강하니 리더 스스로를 집사만큼 낮추라는 ‘서번트 리더십’도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이론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도 팀워크를 강조하긴 하는데 그 저변에는 어떻게 하면 팀원들도 리더만큼 몰입하고 일하게 할까 하는 동기부여형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리더가 너무 튀는 게 문제가 아니고 리더가 자꾸 뒤에 숨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에선 결정도 하지 않고, 위임도 똑 부러지게 안 하고, 리더십을 그냥 뭉개고 쥐고 있는, 혼자 동떨어진 리더를 경계합니다. 휴일에 혼자 출근해서 일하는 리더도 사정은 이해가 됩니다만,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떤 조직전문가는 한국은 서구 사회보다 해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어차피 싫든 좋든 팀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제도와 분위기이고, 그래서 동기부여 리더십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도 분석하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도 리더나 팀장, 임원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과 리더 본인들은 원하는 성과를 낼 만큼 팀원들의 일하는 강도가 세지 못하다고도 많이들 느낄 겁니다. 그러면 리더는 어떻게 일해서 팀원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흔히 좋은 리더의 조건으로 강한 실행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실행이란 계획하거나 결정한 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이고, 그 초점이 ‘한다’(행동의 시작과 지속)는 데 있습니다. 그냥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를 하면 그 리더는 실행력이 강한 좋은 리더라고 보입니다. 남들이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을 때 이미 현장에서 팔 걷어붙이고 이리 저리 달리고 있으면 그 리더는 실행을 잘하는 리더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무조건 바삐 움직이고 빠르게 행동한다고 좋은 리더일까요?
좋은 리더는 성과가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실행과 실용을 구분하자면 실용은 실제로 쓰임이 있고, 유용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실용의 핵심은 ‘효용/실익’이고, 초점이 “쓸모가 있다(유용성과 결과)”는 데 있습니다.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은 안 해도 될 일을 잘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실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그 실행이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의 실행은 조직과 팀원에게 유용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유용한 성과가 되려면 다음과 같이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성과는 조직의 방향성과 일치해야 합니다. 성과가 아무리 커도 비전이나 전략과 엇나가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 단기 실적을 위해 장기 신뢰를 해치는 일은 유용하지 않습니다.
둘째, 팀원 성장에 기여해야 합니다. 리더 혼자 잘해서 이룬 성과는 ‘지속불가능’합니다. 유용한 성과는 팀원들이 성장하고 자립하는 계기를 만듭니다.
셋째, 성과가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남겨야 합니다. 성과는 일회성보다 ‘재현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유용한 성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제 해결 방식, 피드백 문화, 협업 모델 등이며 이 성과들은 조직에 유산(legacy)이 됩니다.
넷째, 성과는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고객, 투자자, 파트너의 입장에서 신뢰와 평판을 높이는 성과여야 유용합니다.
끝으로, 성과가 다음 리더에게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유용한 리더의 성과는 후임 리더에게 좋은 출발점을 남깁니다. 특히 성과의 유용성은 권한 위임, 시스템 문서화, 지식 전수 등을 통해 ‘성과의 연속성’을 만듭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팀원들을 리더와 함께 일하게 만들려면 리더의 성과가 유용해야 합니다. 가성비가 높은 실용적인 성과를 낼 때 팀원들은 그렇게 가시적이고 영양가있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 동참합니다. 팀원들은 좋은 일을 하고, 싫은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들은 도움되는 일을 하고, 도움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용성이 킥입니다.
■문성후 대표 △경영학박사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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