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제한 해제된 중고차 시장…대기업 영향력 확대 우려

경남 양산 하북면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 [사진=현대차그룹]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현대차·기아가 이달부터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에서 벗어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렌터카 업체와 플랫폼 기업들도 발빠르게 진입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 경쟁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기업 참여에 따른 품질 관리 강화와 거래 투명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는 한편, 기존 중소업체들의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0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 이후 자율적으로 유지해온 점유율 제한 조치(현대차 4.1%, 기아 2.9%)가 이달부로 해제됐다. 이 조치는 중소 사업자를 고려한 유예 성격의 제한이었지만, 기한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종료됐고, 양사는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 정비를 마쳤다. 양사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고,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 등 유통 인프라 확대를 준비해왔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매입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고 있으며, 자회사 플랫폼 ‘오토벨’을 통해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탁송 시스템 ‘핸들러’와 협업해 접근성이 낮은 지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해 품질 관리 체계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5년·10만㎞ 이내 차량 중 자사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선별해 272개 항목의 품질 점검을 거쳐 판매하며,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은 287개 항목을 검사한 뒤 인증 중고차로 출고된다. 기아 역시 200여 개 항목의 인증 검수를 마친 차량만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KG모빌리티, BYD, 주요 렌터카 업체들까지 중고차 시장 진입을 서두르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신차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까지 빠르게 점유하게 되면 기존 중소 업체들은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시장 내 유통 주체가 다양해야 소비자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면 그런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렌터카 및 플랫폼 업계의 시장 참여도 가속화되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에 이어 지난달 경기도 부천에 두 번째 중고차 매매센터를 열었으며, 올해 판매 목표를 9000대로 설정했다. 오는 2028년까지는 연간 4만3000대 판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유통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경우, 구조적 다양성이 약화되고 소비자 편익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고강도 품질 관리 체계를 도입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신차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가 고착되면 대기업은 신차 판매에 유리할 수 있지만,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