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개지치는 신기한 나물이다. 조미료 없이 무쳐도 맛있기 때문이다. 대롱대롱 매달린 보라색 꽃송이가 돋보이는 당개지치에 대해 알아봤다.
숲속 그늘의 고귀한 야생화
당개지치는 지칫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약 40cm 정도다. 줄기는 곧게 서고 사각형 모양이다. 잎은 어긋나며 넓은 타원형 또는 타원상 피침 모양을 띤다. 잎 길이는 10~15cm, 폭은 5~8cm다. 잎 가장자리는 매끈하다. 줄기 위쪽 잎은 촘촘히 달려 마치 5~6장이 돌려난 듯 보인다. 잎 표면은 미세한 털로 덮여 있고 뒷면에도 털이 난다.
꽃은 4~5월에 핀다. 총상꽃차례로 자주색 또는 보라색 꽃이 몇 개씩 달린다. 화관은 5갈래로 갈라지고 갈래는 타원형이다. 수술은 5개로 짧다. 암술은 1개다. 열매는 소견과로 검은색이며 광택이 있다. 당개지치는 그늘지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주로 반그늘이 있는 숲속이나 계곡 근처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북 산지에서 자생한다. 전라북도 장안산, 적상산 이북이 주요 서식지다. 강원도 심산의 습지에서도 군락을 이룬다. 남부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러시아,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도 분포한다.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다. ‘당’은 중국 당나라를 뜻해 원산지가 중국임을 나타낸다. ‘개’는 지치 뿌리에 염료 색소가 없어 기본종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지치’는 한자어 지초(芝草) 또는 자초(紫草)에서 왔다. 지초는 고사성어 ‘지란지교’에서 향기로운 꽃을 상징하며 맑고 깊은 우정을 뜻한다.
당개지치는 지치, 개지치와 같은 과에 속한다. 바닷가 모래에서 자라는 모래지치, 양지바른 곳에서 파란 꽃을 피우는 반디지치, 북쪽 지역의 왜지치와 뚝지치도 친척이다. 이 가운데 당개지치는 특히 보라색 꽃과 나물로 사랑받는다.
봄의 선물, 당개지치 요리법
당개지치는 이른 봄에 채취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매우 맛있는 나물이다. 핵산 함량이 높아 조미료 없이도 깊은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핵산이 많은 나물은 자체적으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에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아도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핵산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타이드 중 일부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과 관련이 있다. 특히 구아닐산(GMP)과 이노신산(IMP)은 대표적인 감칠맛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핵산 관련 물질은 버섯류(특히 표고버섯), 육류, 어류 등에 많이 들어있다.
당개지치 무침은 소금이나 참기름만으로도 충분하다. 특유의 향 덕분에 양념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주로 데쳐서 요리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군다. 들기름, 간장, 소금을 넣고 무친다. 기름에 볶아도 맛있다.
말려서 저장하기도 한다. 데친 당개지치를 말려놓았다가 겨울에 물에 불린다. 들기름에 볶아 묵나물로 먹는다. 생으로 먹을 수도 있다. 부드럽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당개지치는 군락을 이뤄 자라 채취가 비교적 쉽다. 계곡이나 습지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맛은 부드럽고 은은하다. 미묘한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룬다. 미나리나 고사리처럼 강한 향은 없다. 대신 깔끔하고 맑은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 당개지치는 나물로 먹을 때 질감도 매력적이다. 잎은 부드럽지만 씹는 맛이 있다. 줄기는 살짝 아삭하다. 이 맛 때문에 강원도 지역에서는 귀한 산나물로 대접받는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당개지치 무침은 어린 순 100g을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30초간 데치고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볼에 담고 들기름 1큰술, 간장 ½큰술, 소금 ¼작은술을 넣어 고루 무친 뒤 접시에 담는다. 고소한 들기름과 당개지치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볶음은 기름을 두른 팬에 데친 당개지치 100g을 넣고 중불에서 1분 정도 볶다가 다진 마늘 ½작은술과 소금 ¼작은술을 넣어 살짝 더 볶아 마무리하면 풍미가 더 깊어진다.
몸과 마음을 달래는 효능
당개지치는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인다. 기침과 천식에 효과가 있다. 만성 변비를 완화한다. 식욕부진에도 도움을 준다. 신경통과 근육통 완화에도 효능이 있다. 뿌리는 약초로 사용된다. 자주색 뿌리는 인삼 모양이다. 과거에는 자주색 염료로도 쓰였다. 하지만 당개지치 뿌리에는 색소가 없어 염료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약용보다는 식용으로 더 많이 사랑받는다. 핵산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적합하다. 찬으로 먹어도 약초로서의 가치를 발휘한다. 당개지치는 소화 촉진에도 도움을 준다. 가벼운 식사나 술안주로 제격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당개지치를 나물로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산행 중 채취해 즉석에서 요리하기도 한다.
당개지치의 꽃말은 ‘축배’다. 숲속 구석에서 우아하게 피어나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보라색 꽃은 고상하고 조용하다.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계곡의 고요함과 어울리는 꽃이다. 꽃을 보며 건배를 나누는 장면은 낭만적이다.
4~5월 봄 한가운데가 제철
당개지치를 만나려면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계곡 옆, 반그늘진 숲속이 그들의 집이다. 4~5월 봄 한가운데가 제철이다. 이때 보라색 꽃이 만개한다. 꽃과 어린 순을 함께 채취할 수 있다. 강원도나 중부 이북 산지는 당개지치의 보물창고다. 장안산, 적상산, 설악산 같은 곳에서 쉽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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