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가 2025년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부진 속에서도 전체 이익을 방어하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실적은 단기 성과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삼성전자의 사업 운영 체계가 점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난 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9조1400억원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의 주축이 된 반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줄었다.
갤럭시 S25 시리즈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브랜드 신뢰도와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된다. 스마트폰(MX) 부문은 1분기 매출 37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4%, 22.8% 증가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전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가전 부문은 14조5000억원의 매출과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반면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로 주목받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제품 인증 일정 및 패키징 완성도 조율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 기술력 자체보다는 고객 맞춤형 대응과 실행 시점에서의 차이가 이번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를 통해 “HBM3E 12H 수요에 대응해 생산을 확대하고, 고부가 시장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로 고객과 공동 설계 역량과 신뢰 축적을 꼽고 있다. HBM은 단순한 스펙 경쟁이 아닌 고객 맞춤형 최적화와 장기적 공급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커진 분야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여전히 뚜렷하다. 소비자 제품군이 실적을 이끌었고, 공급망 유연성과 제조 역량도 글로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실적은 반도체 중심의 편중에서 벗어나 수익 기반을 다각화하는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이익을 책임지고, 반도체는 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만 이 전략이 지속 가능하려면 반도체 부문이 다시 수익을 내는 축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인증 일정과 관련해 보다 민첩한 조직 협업 체계 구축이 과제로 제기된다. 고객 요구가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공동 개발 중심의 접근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업 구조 변화는 외부 환경 변화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미국 수출 통제, 중국 자립 전략, 인도 제조 유치 경쟁 등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역별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적 거점 조정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유지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단기 지표를 넘어 사업 체계 재편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부문의 일시적 부진 속에서도 DX 부문이 성장하며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신사업 중심의 체질 재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선택받지 못한 사업 부문에 대한 균형 있는 투자와 관리가 병행될 때 진정한 의미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라며 “소비자 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반도체 의존도를 점차 완화, AI 시대에 걸맞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전환은 단순히 한 부문이 실적을 내는 것이 아닌 전 사업부가 시장 요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서 완성된다”며 “삼성전자가 이 방향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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