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벌레가 된 세계. 인간을 사랑한 초지능 AI는 인간을 불행에서 구하고자, 모든 인간이 서로를 벌레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강한 자아를 가진 소녀들은 ‘벌레’가 되지 않았고 강력한 힘을 지녀 ‘마녀’로 불렸다. 주인공 ‘요나’도 마녀 중 하나. 그는 야구 배트를 들고 세계를 쳐부수기 시작한다.
(사진=스네이크 이글 오유석 대표)
흥미로운 설정을 지닌 게임의 정체는 ‘킬 더 위치’다. ‘스네이크 이글’이 개발하는 인디게임이다. 서브컬쳐 중에서도 ‘컬트’적인 면을 살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스네이크 이글의 오유석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게임 만든다
(사진='킬 더 위치' 메인 이미지)
스네이크 이글은 오유석 대표와 작곡을 담당하는 Misty로 구성된 2인 개발사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지혜를 상징하는 뱀과 긍지를 상징하는 독수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이 ‘킬 더 위치’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23년 여름. 당초 게임은 대학 동아리 4인방의 방학 프로젝트였다. 방학 후 그래픽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두 사람은 떠났지만, 오 대표는 게임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마음으로 개발을 이어갔다.
기획을 담당했던 오 대표는 그때부터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분야도 담당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함께 했던 친구들이 남겨줬던 그래픽과 고민, 경험을 꾸준히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혼자서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게임을 만들 수 있어 만들었다기보다는 만들려 하다보니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킬 더 위치' 이미지)
‘킬 더 위치’는 하드코어 2D 액션 플랫폼머 장르 게임이다. 총 6개 스테이지로, 난이도에 따라 약 3~5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할 예정이다. 게임은 최근 텀블벅 후원에서 약 4천만 원을 달성하며 후원 목표의 1,331%를 달성했다. 스팀 플랫폼에서는 위시리스트가 9,900개를 기록했다. 이 중 삼분의 이는 해외에서 달성한 수치다.
오 대표는 ‘킬 더 위치’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게임은 물론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메세지를 전달하는 게임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에서는 철학적인 질문을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 게임은 그런 시도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서다”
서브컬처 속 컬트 요소 강조
(사진= '킬 더 위치' 작업 공간)
게임에 작년 지스타 인디어워즈에서 ‘크리에이터즈 보이스’ 수상, 버닝비버에서는 ‘올해의 버닝비버’ 상을 받으며 인디게임계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다만, 철학적 메세지를 담은 시도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 대표는 ‘킬 더 위치가’ 인디게임 지원 사업이나 공모전에서 떨어진 경험이 많다며, 철학 요소를 빼고 게임의 재미 요소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심사위원의 평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오 대표가 메세지를 관철한 이유는 인디게임이기에, ‘스스로 100%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곤 사토시의 애니메이션 ‘파프리카’, 모티스 고티스의 ‘오프’ 등의 인디게임 등을 예시로 들었다. 결국 메세지를 담은 작품이 오래 회자된다는 견해다.
(사진='스네이크 이글 챕터1 보스전)
스네이크 이글은 서브컬쳐의 본래 뜻인 하위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품만의 독창적 매력을 뜻하는 ‘컬트’ 요소를 게임에 담겠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게임의 데모 버전 세계관이 어두워 혹평을 받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실제 플레이한 유저 반응에서는 오히려 게임의 콘셉트를 호평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개발사는 올해 9월 게임의 2 스테이지를 얼리 억세스로 공개한 후, 내년 2분기까지 게임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에게 “게임 개발자로서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재미의 정의는 다 다르다고 본다. 최소한 유저가 시시하다고 느낄 바에 차라리 이상한 게임이라고 느끼게끔 최선을 다해 개발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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