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 속에서 서민과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각종 정책 지원을 내놓고 있으나, 정치·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지원의 폭과 깊이는 예년보다 축소된 모습이다. 사회적 연대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임에도, 올해 대책은 사실상 ‘방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확대…실질 효과는 ‘제자리’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올해 신규 정책자금 3조7700억원을 편성했다. 전년(3조7100억원) 대비 600억원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과 실질 수요를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코로나19 당시(2021년 약 6조원)에 비하면 지원 강도는 뚜렷하게 약화됐다.
이번 정책에는 긴급 경영안정자금 확대, 성실상환 인센티브 강화, 상생성장 자금 외에도 배달·택배비 지원이 포함됐다. 연 매출 1억400만원 이하 간이과세자 중 배달·택배 이용 소상공인은 연 최대 30만원을 지원받는다. 대상자는 약 67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도 5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2020년(2조5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나, 2022년과 비슷해 ‘확대’보다는 ‘유지’ 성격이 짙다.
스마트스토어 구축, 자사몰 컨설팅 등 디지털 전환 비용도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되며, 온라인 마케팅과 유통망 입점 등 판로 확대 사업도 포함됐다. 그러나 신청 절차의 복잡성과 심사 기준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실질적 체감 효과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고금리 대출 대환 추진…‘찔끔 지원’ 우려
은행권은 고금리 부담을 덜기 위한 대출 이자 감면에 나섰다. 올해 약 25만명을 대상으로 14조원 규모의 대출 이자 감면이 시행되며, 연간 6000억~7000억원의 이자 경감이 목표다.
주목할 점은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5% 이하로 대환해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대상은 ‘2023년 5월 31일까지 취급된 대출’로 제한돼, 실질 수혜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자영업자 중 수혜율은 낮은 수준에 그친다.
개인사업자는 최대 1억원, 법인 소기업은 최대 2억원까지 대환 가능하며, 전국 15개 주요 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일시적 대환보다는 구조적 금리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육아휴직·양육 공제 확대…‘재탕 정책’ 한계 뚜렷
서민 가계 안정을 위한 복지 지원도 발표됐다. 육아휴직 급여는 월 최대 250만원(첫 3개월 기준)으로 인상됐고, 한부모 근로자는 최대 300만원까지 수령 가능하다.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1년 6개월로 연장되고, 아빠 출산휴가도 20일로 확대됐다.
양육 세액공제도 자녀 수에 따라 확대됐으며, 셋째 이상 자녀는 인당 10만원의 추가 공제가 적용된다. 공제 대상은 손자녀까지 포함돼 3세대 가구의 세 부담을 일부 완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제도의 연장선에 머물러, 새로운 재정 투입보다는 기존 틀 안에서의 보완에 그쳤다는 평가다.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나 생계비 보조 등 과감한 재정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형식적 메시지’ 넘는 실질 대책 필요
요약하면, 올해 ‘가정의 달’ 지원 대책은 서민을 위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확장성과 실효성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표심을 의식한 선언적 메시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체감도 높은 실질적 대책이 절실하다. 정치적 격랑과 경제 위기 속에서 더욱 필요한 건, 위기를 이겨낼 ‘실력 있는 국가의 개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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