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음료를 마실 때 느껴지는 낯선 단맛. 설탕 같지 않은 그 맛은 대부분 ‘사카린’이라는 감미료에서 비롯된다. 식품 원재료명을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사카린나트륨’이라는 단어를 봤을 수 있다. 이 성분은 설탕보다 훨씬 달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
사카린은 오랫동안 식품업계에서 활용돼 왔다. 한때는 몸에 해롭다는 오해, 발암물질 논란, 사용 금지까지 겪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탕보다 300배 달다… 그런데 칼로리는 없다
사카린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본래 석탄 타르에서 유래한 화합물이었지만, 예상 밖의 단맛이 알려지면서 식품 분야로 확산됐다. 설탕보다 약 300배 달고, 열에도 강하다. 조리 과정에서도 단맛이 유지되며, 체내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칼로리 걱정이 없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사카린은 다이어트 음료, 무설탕 제품, 일부 의약품에 널리 사용된다. 과거에는 무설탕 캔디나 약국에서 팔던 목캔디, 일부 시럽류에도 첨가됐다.
한때는 ‘발암물질’ 취급… 이제는 '항균물질'
1970년대, 실험 쥐에게 사카린을 대량 투여한 결과 방광암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에서는 사카린을 식품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국내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여러 연구 끝에, 사람에게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존 실험 결과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고, 사카린은 다시 평가받았다. 현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식품안전청(EFSA),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사용을 승인받아 정식 감미료로 유통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엠보 분자 의학’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사카린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고 DNA 복제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영국 브루넬대 연구진은 대장균을 포함한 장내 세균들을 사카린에 노출시키고, 그 경과를 추적했다. 그 결과, 세균이 생물막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막은 항생제 저항성을 높이는 끈적한 보호층이다.
연구 책임자인 로넌 맥카시 교수는 “사카린이 다제내성균에 대해 억제 효과를 보였다”며 “요거트나 무설탕 음료 등 다이어트 식품에 흔히 쓰이는 감미료가 항생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카린과 설탕, 뭐가 다를까
사카린과 설탕의 가장 큰 차이는 칼로리다. 사카린은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설탕처럼 혈당을 올리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당뇨 환자나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설탕 대체재로 쓰인다.
맛에서도 차이가 있다. 설탕이 부드럽게 퍼지는 단맛이라면, 사카린은 혀끝에 날카로운 단맛이 먼저 닿는다. 또한 쌉쌀한 여운이 남는다. 이 씁쓸함을 줄이기 위해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 등 다른 감미료와 함께 쓰이는 경우도 있다.
사카린과 설탕은 용도도 다르다. 설탕은 제과·제빵, 소스처럼 식감이나 점성이 필요한 레시피에 주로 쓰인다. 반면, 사카린은 단맛에만 집중돼 있다. 물리적인 특성이 없어 베이킹이나 농도 조절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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