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사실, 의견, 그리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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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사실, 의견, 그리고 진실

연합뉴스 2025-05-03 09:00:05 신고

3줄요약

어릴 적 체험입니다. A 매체 기사를 읽는데, 큼지막한 제목 하나가 눈에 띕니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 불티'. 세 곳에서 분양한답니다. 계약이 무척 잘되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B 매체 기사는 딴판입니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 울상'. 이것도 세 곳의 분양 실태를 모아서 썼습니다. 매우 안된다는 거네요.

의아했습니다. 너무 다르니까요. 알아보니 사정이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분양 지역이 여섯 곳이었던 거지요. A는 ① ② ③의 상황을, B는 ④ ⑤ ⑥의 상황을 파악해 글로 엮고 제목을 단 겁니다. A를 맹신하는 쪽은 말합니다. "없어서 못 판다더라." B를 받드는 측은 말합니다. "무슨 소리, 안 팔려서 죽겠다더라."

난감합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의견이며 진실일까요? 이치를 따져 들어갑니다.

첫째, 사실에 관해서입니다. A, B는 사실을 전했나요?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옮긴 게 흠이지만 둘 다 그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 사실(事實)이니까요. 보도 내용은 각 분양 대상 오피스텔과 계약 규모 등 있었던 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만, 찝찝하기 때문에 덧붙입니다. 여기서, 그 흠은 사실(이 사실은 명사가 아니라 부사 '실제로') 너무 큰 흠입니다. 여전히 흔히 보이는 모습입니다. 사실을 보도했다고 말하기 민망합니다.

둘째, 의견에 관해서입니다. 의견(意見)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입니다. A의 불티 B의 울상, 어떤가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불티나게 팔려서 좋다, 파리만 날려서 싫다 하는 확대해석을 잠깐 허락합시다. 불티나 울상이나, 특정한 생각이 깃든 단어 선택이 분명합니다. 의견이 녹아든 거네요. 그것도 분양하는 쪽의 시각에서이지요. 그것조차 부분적 사실의 기반 위에서 말입니다.

셋째, 진실(眞實)에 관해서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써놓았습니다.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이라고 풀이했고요. 오피스텔 분양을 어떻게 취재하고 기록했어야 진실에 가장 부합했던 걸까요? 되는 대로 제목만 고민해 봅니다.

법의 여신상 저울 법의 여신상 저울

[촬영 안 철 수]

㉠ 반은 호조 반은 저조

㉡ 반은 웃고 반은 울고

㉢ 반은 잘되고 반은 안되고

㉣ 곳에 따라 희비

㉤ 반은 계약성사 90% 반은 10%

소거법을 적용합니다. 객관식 문제에서 아니라고 보는 것을 지워나가다 마지막에 남는 것을 답으로 고르는 거요. ㉠ ㉡은 분양 주체의 관점에 생각까지 스민 언어를 썼기에 내키지 않습니다. ㉣은 같은 이유로 '희비'가 마음에 걸리고 '곳에 따라' 표현은 구체적이지 않아 망설여집니다. ㉢도 주저됩니다. 분양은 중립적 단어니까 잘된다, 안된다 해도 본질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있다고 한편에서 그럽니다. 그러나 분양도, 잘되다/안되다도 그렇지 않다고 보면 선택하기 어려워집니다. ㉤은 매매 계약 현황을 수치로 보이며 현실을 모사하듯 썼으므로 그나마 마음이 더 갑니다.

어찌 정답이 있겠습니까. 모범답안을 찾아나가야겠지요. 사실, 의견, 진실은 애초 엉켜서 솎아내기 힘들다는 '견해'를 따르면 더욱 그러합니다. 예컨대 여기, 코끼리 존부(存否.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를 확인하는 실험을 가정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찾기부터 의견입니다. 왜 하고많은 사실 중에 하필 그 사실을 구하느냐고요. 또 그렇잖아요. 현미경으로 바로 앞 코끼리가 보일 리가요. 사실을 찾겠다고 하면 더 떨어진 거리에서 제 눈으로 봐야 합니다. 현미경 대신 맨눈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코끼리 있음이라는 사실이 따라와 확정될 테지요. 코끼리 있음이 진실이라면 이미 진실도 밝힌 거고요. 이곳에 코끼리 있고 말고요. 그런데 '현실'에서 진실은 코끼리만큼 크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코끼리의 존부보다 크기와 무게, 건강 상태, 생활 환경과 비슷하려나요? 줄자, 저울, 망원경, 현미경, 청진기, 온도계가 망라돼야 진실에 다가설까 말까입니다. 예로 든 분양이야 소재가 대수롭지 않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콸콸 넘치는 굵직한 소재들에 비해서는요.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판단]하고 [기록]하는 ≪나≫는 진실을 더 보려 하고 크게 엇나가진 않을 겁니다. 매일같이 목도하는 다른 ≪나≫들과 달리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글에 담긴 체험담은 실제로 겪은 일을 기초로 썼습니다. 다만, 쉽게 이해되게끔 재구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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