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조정과 침체를 반복했던 세종 아파트 매매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회 일부 기능의 세종시 이전 가능성이 부각되며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세종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을 훌쩍 뛰어넘으며,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기준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9%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다섯째 주(0.51%) 이후 무려 3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전주 상승률(0.23%)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로,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달아오른 것을 방증한다.
같은 기간 서울은 0.09% 상승하는 데 그쳤고, 전국 평균은 -0.02%로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 수도권 전체는 0.01%로 미미한 오름세를 보였으며, 지방은 -0.05%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처럼 세종이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보다도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 변수로 떠오른 건 정치권의 대통령실과 국회 세종 이전 공약 재점화다. 내달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한 이전론이 다시 거론되며, 세종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급격히 커졌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책 수혜 기대감만으로 단기적인 가격 급등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량 역시 증가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4년 들어 현재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량은 2268건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거래량(4476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본격적인 상승장이 열리기도 전에 수요가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책 발표가 본격화될 경우, ‘풍선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세종의 경우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고, 대선 공약과 연결된 정치적 이슈들이 심리를 자극하면서 선호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수도권에서는 경기(-0.02%)와 인천(-0.01%) 모두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기권에서는 과천시(0.28%)가 정비사업 호재를 타고 상승세를 이어갔고, 성남 분당구(0.11%)도 정자동·구미동 등에서 오름세를 보였지만, 안성시(-0.18%), 김포시(-0.17%) 등 비선호 지역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역 간 극명한 온도차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지방시장에서는 대구(-0.12%), 대전(-0.09%) 등 주요 광역시에서 하락 폭이 확대되며, 5대 광역시 전체로는 0.07%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방 전체가 구조적 침체 속에 빠져 있는 반면, 일부 정치적 이슈가 결합된 세종만이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세시장도 큰 흐름 변화는 없었다. 전국 전세가는 0.00%로 보합세를 유지했고, 서울은 0.03% 상승하며 약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 시장은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이나 대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세종 부동산의 급등이 기대감 중심의 단기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공약만으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위험 요소”라며 “과거처럼 이후 정책 지연이나 무산으로 다시 가격이 급락하는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2021년 세종 아파트 시장은 ‘행정수도 완성’ 담론에 힘입어 급등했다가, 이후 정책 동력 상실과 금리 인상, 수급 불균형 등의 여파로 급격한 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부 단지는 3억 원 이상 하락하며 ‘패닉셀’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 세종 집값 상승이 일시적 기대감에 따른 단기 반등일지, 아니면 구조적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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