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나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 마트나 백화점에 들르면 진열대 한편이 예전보다 화려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빨갛고 노란 과일이 유독 눈에 띈다. 그런데 사과나 감귤이 아니다. 이제는 '파파야'나 '레몬' 같은 낯선 이름의 과일들이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익숙한 과일 대신 열대과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도 싼 편은 아니지만,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소비를 이끈다. 특히 백화점에서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29일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직접 재배한 국산 파파야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스위탄이라는 품종의 파파야다. '천사의 과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파파야는 원래 필리핀 등에서 전량 수입됐던 품목이다.
이번엔 경기도 포천에서 직접 재배에 성공했다. 제주도에서 시도된 적은 있었지만 과육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해 시장에 풀리진 못했다.
국내서 자란 파파야… 직접 길러 맛도, 품질도 달라졌다
포천의 한 농가가 종자를 개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팜에서 약 2000그루를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 파파야는 당도가 13브릭스 이상이다. 꽃향기도 풍부하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파파야는 선적을 고려해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하고 수송 중에 후숙이 되기 때문에 제맛이 덜 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산은 완숙 상태로 수확되니 당도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하우스 재배 방식으로 환경도 통제할 수 있어 계절 영향을 덜 받는다.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수입산 파파야와 비교하면, 국산은 8개월에 한 번 수확이 가능해 수량 면에서도 앞선다. 과일 크기까지 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농가와 ‘셀렉트팜’ 계약을 맺고 파파야를 확보했다. 현재는 강남점과 본점 등 주요 지점에서 100g당 4300원이라는 가격에 판매 중이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레몬도 '태안산'… 달라지는 과일 시장 풍경
열대과일 인기는 파파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세계는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에서만 자라는 ‘아말피 레몬’도 일부 점포에 내놓았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품종이었는데, 충남 태안에서 약 150그루 정도를 직접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백화점은 이를 통해 명절 선물세트나 프리미엄 과일 코너에서 레몬, 파파야를 포함한 라인업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수입 과일 매출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2022년엔 18.1%, 2023년엔 22%, 2024년엔 26%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21.5% 이상 성장했다. 반면 백화점 식품 전체 매출 증가율은 5%에 그쳤다. 수입 과일만 독주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고물가 시대에 다른 소비는 줄여도,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큼은 신선하고 특별한 걸 찾는 이들이 생겼다는 의미다.
백화점에선 이를 반영해 흔치 않은 과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더 이상 ‘배’나 ‘사과’만으로는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백화점, 열대과일 안테나 역할 맡는다
국산 파파야는 단순히 새로운 과일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백화점 식품 코너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일은 지역과 기후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하지만 스마트팜과 하우스 재배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제는 열대과일도 우리 식탁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됐다.
백화점이 자체 계약 농장을 통해 수급까지 조절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급자와 판매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은 품질 관리나 유통 속도에서 장점을 갖는다. 신세계의 사례는 다른 유통업체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과일 코너에서 낯선 이름을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낯선 이름 뒤에는 익숙한 재배지와 기술이 있을 수 있다. 국산 파파야가 그 시작을 알렸다.
스위탄 파파야 먹는법
당도 13브릭스에 달하고 꽃향기 같은 풍미를 갖춘 스위탄 파파야는 익숙한 과일과는 결이 다르다. 수박처럼 크고, 멜론처럼 달콤하다. 그런데 막상 손에 쥐면 어떻게 먹는 게 맞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탄 파파야는 복잡한 조리 없이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긁어낸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으면 된다. 반으로 갈랐을 때 가운데 씨가 몰려 있다. 검은색의 둥근 씨앗은 먹지 않고 버린다. 숟가락으로 긁듯이 제거하면 깔끔하게 분리된다. 껍질은 두껍지 않아 칼이나 필러로 쉽게 벗길 수 있다.
가장 흔한 방식은 냉장 후 생과일로 먹는 것이다. 차게 두면 단맛이 더 도드라지고 식감도 쫀쫀해진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별다른 시럽이나 첨가물이 없어도 충분하다.
요거트에 올려 먹는 것도 좋다. 큐브 형태로 썬 파파야를 그릭요거트에 올리면 디저트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아몬드나 그래놀라 등을 함께 곁들이면 식사 대용으로도 괜찮다.
샐러드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과일들과 함께 곁들이거나, 레몬즙과 소금,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리면 새콤달콤한 이국적인 풍미를 낼 수 있다. 치즈, 견과류와도 잘 어울린다. 간단하게 블렌더에 갈아 스무디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바나나와 두유를 함께 섞으면 설탕 없이도 충분히 달콤하다.
스위탄 파파야는 껍질째 덜 익은 상태라면 실온에 며칠 두면 후숙이 된다. 껍질이 노랗게 물들고 손에 살짝 들어갈 만큼 말랑해졌을 때가 먹기 가장 좋다. 남은 과육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하면 2~3일은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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