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시장에 통신사부터 빅테크 기업까지 잇달아 참전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장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안전 활용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예 따르면 우리나라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3억7700만달러(약 5507억원)에서 2030년 66억7200만달러(약 9조746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50.8%로, 이는 글로벌 평균(41.8%)과 아시아 평균(47.9%)을 상회하는 수치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의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기업이 정부와 함께 의료데이터 공유·활용 관련 적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새로운 규제·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수요자 불안 해소’가 있다. 업계는 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해야 지속가능성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데이터는 매우 높은 기밀성을 요구하는 정보인바 정보를 생성형 AI에 연결할 경우 민감한 정보가 누설될 위험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유 데이터의 처리 목적, 개인식별 위험도 등을 고려해 정형 데이터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수집 및 처리되는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비정형 데이터 또한 합리적인 처리 방법 및 수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이버 보안 역량 제고에 대한 지적도 있다. AI 헬스케어 기업들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과정이 여러 기업·기관과의 협업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클라우드, 협업구조 전반의 데이터에 대한 보안 시스템 구축이 촉구된다.
해외에서 사례가 대두되며 우려는 더욱 커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헬스케어 업체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증가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통계에서는 의료데이터 유출건수가 2022년 5190만건에서 2023년 1억3300만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2월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UHG)의 자회사 체인지헬스케어의 경우 전체 미국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1000만명 이상의 건강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구비용에만 2조7500억원가량이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내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관리체계 구축이 더디다는 것이다. IT(정보기술) 업계 전반적으로 보안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의료영역에 특화된 전문가를 찾는 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보안뿐 아니라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수술 등 여러 영역의 전문성이 필요해서다.
‘서비스 유형의 확장’도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가장 큰 변화로, 서비스 대상은 과거 환자 중심에서 전체 수요자로 확장되고 있다. 치료의 방법은 개인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는 맞춤 의료 서비스로 빠르게 개발되는 중이다.
이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를 유입시키며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산업의 전통 사업자인 의료기기 업체, 제약사, 의료기관과 신규 사업자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 모바일 운영체제(OS) 업체, 통신사가 주축이 돼 ‘코피티션(Co-petition, 경쟁과 협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부터 삼성·LG·현대 등 제조업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기존 루닛·뷰노·제이엘케이·라이프시맨틱스 등 의료기기 업체와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중앙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경쟁·협력을 병행 중이다.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AI 헬스케어에 뛰어드는 건 국내 시장이 가지는 특징 때문이다. 5G 통신망 기술 수준이 세계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으며, 5G 가입자 비중 또한 세계 2위다. 건강보험공단은 3조4000억건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도 약 92%다.
박도휘 삼정KPMG 수석연구위원은 “AI 헬스케어 산업에서 의료데이터 이용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료데이터의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AI 헬스케어 시장 성장 배경에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눈여겨볼 만한 기술적 약진이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급증하고 기술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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