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형사재판이라는 사법의 영역이 선거라는 정치의 중심축을 강타하며, 선거판은 '사법 리스크'라는 예측 불가능한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유무죄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국면을 보여주며 대선의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표현의 자유인가, 유권자 기망인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후보의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권자의 관점에서 해당 발언이 진실인지, 판단을 왜곡할 정도의 허위인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이라고 해도, 유권자의 공정한 선택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된 내용이라면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표현이 유권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정치인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면서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치인의 발언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의 집중 공세, 중도 이탈 변수
정치권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의 정치개입이라고 반발하며, 이 후보의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선택을 법원이 가로막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고 목소리를 높엿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며, 사법 리스크를 선거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권자 기망이 법원에서 확인됐다”며 “자격 상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했고, 한동훈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위험한 인물이 권력을 쥐게 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범죄자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이는 정치적 정당성과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흔들리는 ‘이재명 대세론’
정국의 무게중심은 중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지지층 가운데 약 13~15%는 중도 성향인데, 이번 판결로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경쟁에서 신뢰 경쟁으로 선거 구도가 전환되는 신호다.
여기에 헌법 제84조도 주요 변수다.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질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선거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올 경우, 법적으로 후보 자격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당선되면 기소를 피할 수 있다’는 전략도 유권자에겐 회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도덕적 피로감과 회의감을 키우며, 중도층의 이탈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정의 문턱과 투표함 사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유권자의 판단권과 정치인의 표현권, 사법부의 중립성과 정치의 정당성이라는 가치들이 교차하는 헌법적 시험대다.
유권자는 ‘허위사실 공표’라는 법적 판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 가능한가’라는 정치적 질문 앞에 서 있다. 이재명 대세론은 기로에 섰고, 향후 정국은 중도 유권자의 계산과 야권의 프레임 전략, 민주당의 위기 돌파 방식에 따라 출렁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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