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손 화상 자국 투성이” 급식 선생님의 눈물[인터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굽은 손 화상 자국 투성이” 급식 선생님의 눈물[인터뷰]

이데일리 2025-05-01 16:09:17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집에서 4인 가족 밥을 하다가 학교에 들어왔더니, 150명 분의 밥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윤자 씨는 지난 2014년 3월 서울의 한 중학교 급식 일에 뛰어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먹을 고기 100㎏를 삽질하는 일부터가 힘에 부쳤다. 솥에 달라붙어 있는 고기를 떼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했다. 고기가 서서히 익으면서 기름이 흐르고, 옆에 깔아놓은 야채에서 수분이 나온 후에야 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150명분의 일을 하고 있던 급식실에서 누구도 이를 가르쳐주지 않아 그는 적응하기까지 한동안 애를 먹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았고, 처우를 개선해 줄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유치원 등에서 조리실무사 일을 하던 이씨가 급식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투신한 이유다.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들이 학교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우측은 일하는 조리실무사의 손과 다리. (사진=독자제공)


이 씨는 어려운 건 요리뿐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씨보다 먼저 와 일하던 ‘언니’들은 “학교 급식실은 청소하는 게 전부”라고 번번이 당부했다. 청소 시간에는 환풍기와 식기세척기, 살균기 소리와 뒤섞여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소음 때문에 난청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설상가상 뜨거운 수증기 앞에 서니 급식복, 앞치마, 작업복, 토시, 고무장갑으로 겹겹이 쌓인 몸이 후끈거렸다. 일이 끝나고 옷을 짜면 땀이 물처럼 뚝뚝 떨어졌다.

청소는 아이들의 점심시간 이후, 고작 2시간 안에 이뤄진다. 교실 3개에 달하는 급식실을 조리실무사 5명이 빠르게 치워야 한다. 이씨는 “요리할 때 쓴 집기를 다 소독하고 씻어야 하는 데다가, 잔여물이 흘러가는 통로의 물기까지 다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잔뜩 쌓여 있는 식판을 애벌세척해 식기세척기에 넣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식판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하나씩 끼우고, 물속에서 압력을 견디며 식판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휘고 굽었다. 조리실무사들은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전국 학교급식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급식 조리실무사 중 정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비율은 60.4%다. 이는 2022년 56.7%에서 2023년 57.5%로 증가세다. 이씨는 “급식실에 근무하기 전에 잠깐 인사를 오기도 하는데,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고 출근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정한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한 명당 최대 학생 150명을 담당하게 된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가 1인당 60명을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학교에 근무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이씨는 당장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면 일하기 편하게 식판을 바꾸는 등 작은 것부터라도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이렇듯 노동 강도가 높음에도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만 보고 일해요.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헤헤거리면서 ‘선생님, 더 주세요’라고 하는데 볼 때마다 예쁘다”며 “화상을 입어도 아이들 밥부터 먼저 주고 병원에 가는데, 이런 마음들이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