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돌리기로 했으나 1만여명의 의대생이 복귀 데드라인인 지난달 30일까지 돌아오지 않으면서 집단 유급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10명 중 7명이 유급이 된다면 이들은 올해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24·25·26학번이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듣는 ‘트리플링’(tripling)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의대생 수업 복귀율 25.9%...10명 중 7명 유급 대상
‘복귀 하고 싶다’ 88%...집단 따돌림 우려 큰듯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각 대학에 ▲유급 현황 ▲제적 현황 ▲교육 운영 계획 및 학습권 보호 방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각 의과대학은 4월 30일 자정까지 수업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의대생들을 유급 대상자로 확정하고 이날부터 유급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유급 대상은 예과 1·2학년, 본과 1~4학년 등 모든 학년이다.
지난달 16일 기준 의대생의 수업 복귀율은 25.9%로 알려졌다. 이후 복귀율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즉, 10명 중 7명이 유급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 1만여명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하며 의대생의 복귀를 유도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의대생들의 약 88%가 복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 기대감도 커졌다.
교육부와 전국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등 24개 대학 의대생 76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귀에 찬성한다고 답한 학생은 6742명(87.9%)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대생들이 복귀시 집단 따돌림을 당할 것을 우려해 눈치를 보느라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6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의정갈등 해소라는 명분을 갖고 의대생들이 요구하고 있는 필수의료패키지 철회와 유급 처리된 의대생을 구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더 이상 기회 없다” 의대 “오늘이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날”
하지만 정부와 대학들은 이번에는 유급 결정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와 KAMC·의대협회는 지난달 30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수업 거부 학생들에 유급 방침에 합의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의대국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밤 12시 이후로는 (수업 미복귀 학생들이) 올해 학교에 돌아올 기회는 없어지게 된다”고 못박았다.
이어 “오늘부로 유급을 확정하는 것은 학생들이 돌아오지 말라는 게 아니라 더 미뤄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와 KAMC·의대협회도 30일 입장문을 통해 “오늘(30일)은 대학과 정부가 학사일정을 고려해서 정한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며 “아직도 복귀를 망설이고 있거나, 5월 이후에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 오늘이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만큼 돌아오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들은 “일부 학생들은 6월 이후 새정부가 출범하면 학사 유연화 조치 등을 통해 미복귀자를 구제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루머를 믿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헛된 기대”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유급 의대생을 구제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이들은 “한 학년에서 이미 복귀한 학생과 이후 복귀한 학생을 위한 두 개의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대학의 교육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설령 정부가 대학에 학사유연화를 요청해도 대학의 교육여건상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24시를 기준으로 유급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7일 교육부 취합 결과에 따라 대다수의 대학은 대규모 유급 대책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트리플링’ 현실화...정부·대학, 대응 가능할까
유급이 확정된 학생들은 올해 복귀가 불가능하며 내년 1학기가 돼서야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즉, 2026학년도 1학기에는 24·25·26학번이 겹치는 ‘트리플링’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트리플링에 대비해 대부분 대학이 26학번에 수강 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대는 이미 ‘동일 학년에서 인원을 초과할 경우 학번에 따라 (수강 신청을) 확정함’이라는 내용의 학칙을 새로 만들었다.
즉, 2026학년도 1학년 수업은 26학번, 25학번, 24학번 순으로 수강 신청이 확정된다.
수업 거부 중인 24·25학번은 수강 신청 순위가 밀려 학년 진급이 누락되고 졸업도 밀리는 등 불이익이 예상된다.
현재 학칙으로는 대규모 제적도 피하기 어렵다. 대부분 의대는 2~4차례 유급하면 제적한다는 학칙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칙대로라면 올해와 내년 대략 1000~2000명 정도의 의대생이 제적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요청에 따라 이 같은 집단 제적을 대비한 의대 편입학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편입학 요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원 100%를 편입학으로 채우지 못하는 의대들이 있는데, 당분간 예외를 둬 결원이 생긴 수만큼 학생을 충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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