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이 45년을 맞았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진상 규명의 핵심은 여전히 발포 명령자, 암매장 등 핵심 의혹들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항쟁 진상에 대한 퍼즐 조각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맞춰지지 않았고,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핵심 인물들은 침묵 속에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항쟁 과정이 역사로서 확고히 정립되지 못하다 보니 왜곡과 폄훼는 여전하며, 극우 정치세력에 의한 '5·18 역사 뒤틀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는 되풀이되는 만큼,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단죄, 왜곡 근절이 시급하다.
청산되지 않은 독재의 망령은 결국 44년 만의 계엄으로 되살아났고, 동시에 불의한 권력에 맞선 5·18이 다시 주목받았다. 더 이상 반민주 역사 퇴행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5·18 항쟁 정신을 헌법에 새겨 후대가 그 뜻을 계승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편집자 주>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라 지시한 인물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숨었고 흔적조차 없이 야산에 묻힌 희생자들의 원혼은 아직도 위로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핵심 과제는 밝혀내지 못한 만큼 국가 차원 진상 규명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활동을 마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의 활동을 분석하는 '5·18조사위 활동 및 국가보고서 분석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조사위 활동 당시 규명 과제 접근 방식과 결론 도출 과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살핀다는 취지다. 올해까지 보고서를 내는 것이 목표다.
앞서 조사위는 2020년 5월 12일 출범, 4년간 5·18 관련 17개 분야를 직권 조사해 11건은 규명, 6건은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했다.
5·18 당시 민간인 학살을 재조사해 희생자들의 사망 경위를 자세히 분석했고, 계엄군의 성범죄 실상을 일부 밝혀내기도 했다.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이 허위임을 국가 차원에서 재차 입증, 왜곡 근절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면 한계도 분명했다. 특히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발포 명령자 규명 등 일부 과제는 또 미완으로 남았다.
'발포령은 문서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사실상 전두환의 지시였다' 등 진술을 토대로 전두환이 사실상 최종 책임자였음을 추론할 만한 단서가 나왔다. 그러나 조사위 전원위원회는 '진술만 나열할 뿐 교차 검증이 부재하고 조사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진상규명 결정을 하지 않았다.
편집자>
전남 일원에서 벌어진 시위대의 무기고 피습 사건도 내부 격론 끝에 진상 규명되지 못했다. 신군부가 주장하는 자위권 발동 근거와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규명 과제였지만 왜곡 의혹이 제기된 문건을 근거로 일부 위원이 반발, 진상 규명 불능 결정됐다.
1980년 5월21일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11공수여단 소속 권 모 일병의 사건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결정했다. 이미 전두환 회고록 출간 관련 형사재판 당시 법원은 '권 일병이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고 판결했지만, 조사위는 이를 반영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희생자 암매장 의혹 역시 발굴 조사에도 불구, 뚜렷한 성과 없이 최초 가매장 이후 옮겨져 처리됐을 것이라는 가설 제시에 그쳤다.
시민사회단체는 조사위 보고서 발간 이후 성명을 내고 "조사위 활동은 진영의 정치를 대변한 위원의 활동, 조사 대상자의 일방적 주장 나열, 진실성 검증 부재, 청문회와 강제 조사 의뢰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쓸 수 있던 권한마저 사용하지 않아 총체적 난맥상이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5·18 45주기를 맞아 지역사회에서는 재조사를 통해 국가 폭력 책임 주체를 명확히 밝히고 역사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조사 과제가 한정됐던 1기를 넘어선 2기 조사위 출범을 통해 가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민간 차원에서는 계엄군을 조사하거나 조사위가 확보한 수많은 진술 기록과 자료를 열람할 권한이 없어 직접인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관련법 개정으로 재조사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혀 민주주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5·18 왜곡·폄훼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발포 명령을 직접 듣거나 실행했다는 계엄군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암매장 실체를 확인하려면 일부 계엄군뿐만 아니라 향토 방위 부대인 제31사단, 전교사 헌병대원 등에 대한 전수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 진상 규명에 앞서 자료 집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선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 전 위원장은 "현재까지 확보한 기록물들이 흩어져 있거나, 문서 하나당 여러 이(異)본이 있어 정리가 시급하다"며 "향후 지속적인 5·18 진상 규명과 연구를 위해서는 군 기록물을 한데 모으는 데이터베이스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자료가 중복되지 않도록 정리하고, 미국과 일본의 군 자료 등 해외 자료 구축도 필요하다"면서 "양민 학살 자행 계엄군 고발 건을 감시하고 조사위의 대정부 권고 사항이 잘 이행되는지 살피는 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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