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임준혁 기자] 한국이 목표로 설정한 2045년 세계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 투자 및 예산 배정이 현재보다 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민석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국방우주 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지난해 개청한 우주항공청의 올해 예산이 9600억원 수준”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최소 2조원은 돼야 우주항공청이 관련 정책 집행에 있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도 예산 증액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산업발전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이날 세미나에는 우주항공산업발전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국방위), 김장겸 의원(과방위),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방우주 분야 주무 부처 관계자, 학계, 방산·우주기업 실무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우주공공팀장은 '5대 우주강국 진입을 위한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구축 전략'이란 주제 발표에서 미·중 갈등이 지구 밖으로 번져 사실상 신(新)냉전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안형준 팀장에 따르면 미국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달, 남극 지역 탐사와 자원 선점을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달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달, 남극에 국제 달 연구기지(ILRS) 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 창어 7·8호를 통한 자원 탐사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협정에 한국 등 54개국이 참여 중이며 중국·러시아 주도의 달 연구기지 협력체에 20여개국이 소속돼 양 협력체 간 경쟁 구도 심화로 우주 진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방 세계와 중국 간 우주산업 공급망의 전략적 재편과 경쟁 구도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해당 분야 안보 확보를 위해 31개 핵심기술에 10억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최근 하이난성에 연간 위성 6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위성 제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핵심부품 국산화를 통한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팀장은 한국이 우주개발에서 선진국 캐치업(따라잡기) 전략에서 벗어나 5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은 기존 기술 개발 중심에서 탈피해 우주를 둘러싼 외교와 국방, 산업 목표를 통합하고 혁신을 중심으로 국가 과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안 팀장은 '국가우주혁신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우주혁신시스템 구축 전략의 하나로 민관·민군·국제 협력 등을 제시했다. 우주 연구개발과 국가전략기술을 연계하는 민관 협력과 국방·민간 연구개발사업 연계를 강화하는 민군 협력, 전략적 양자 협력 강화 등 국제 협력 등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출범했지만 상위 거버넌스 조정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주 정책 국가 전략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실에 우주비서관 직제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며 “또 우주전략원의 설립과 ‘우주기본법’ 제정 등 법제 정비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우주개발진흥법’이 연구개발에 집중된 구조인 만큼 이를 넘어서 다부처 간 협력·민관협력 요구에 맞는 체계로 ‘우주기본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방산과 우주산업의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란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시장 상황을 진단하며 국방우주산업이 안보의 핵심축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이고 민간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순형 팀장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우주군을 창설하고 우주안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군 위성 및 발사체 등 우주전력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과제를 다수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국내 국방우주 제조기업의 매출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23년 기준 국내 우주산업 총매출액은 4조원으로 이중 우주기기 제작 분야의 매출은 8850억원이고 기업 수는 240여개에 불과하다.
우주기기 제조기업 중 우주 분야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14개에 불과하며 10억원 미만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국방우주사업 예산을 고려하면 국방우주제조 매출액은 약 2600억원 선으로 추정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심 팀장의 설명이다.
심 팀장은 단기적으로 민간 기술을 활용해 핵심우주기술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방우주산업 자립화 및 우주전력 구축을 통한 ‘우주작전통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국방우주 로드맵에 기반해 민간 참여하에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민간에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KF-21 전투기와 같은 국내 주력 방산제품 수출과 연계할 수 있는 위성 패키지 사업(위성촬영 서비스 제공 등)을 개발하고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의 해소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발제에 이어 속개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서현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는 통신 위성 시장의 변화에 대해 소개하며 민·군 통합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KAI 위성연구실장으로 재직중인 서 상무는 "2040년까지 세계 우주 시장이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70%를 통신 위성이 차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통신 위성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주 산업의 글로벌 흐름을 언급하며 "유럽과 미국은 이미 벤처캐피탈과 펀딩 시스템을 통해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도 민·군 통합 혁신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해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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