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들판과 산야를 물들이는 이름 모를 식물들 속에 ‘나비나물’이 있다. 콩과 식물답게 생명력도 강하고, 꽃과 어린순까지 모두 나물로 활용할 수 있어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겨진 산채다. 한국 전역에 걸쳐 자생하는 특별한 나물 나비나물을 깊이 들여다본다.
나비나물의 정체
나비나물은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이 원산지며 일본, 중국, 만주, 몽골, 극동 러시아 등지에도 분포한다. 높이는 30~100cm. 땅속에는 목질의 뿌리줄기가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뭉쳐나와 곧추서거나 비스듬히 자라는데, 줄기는 능선 때문에 네모진 형태를 띤다.
잎은 어긋나며 한 쌍의 작은잎으로 구성돼 있다. 길이 3~8cm, 너비 2~4cm 정도 되는 난형(달걀 모양) 또는 넓은 피침형(창의 날카로운 끝부분처럼 생긴 모양)이다. 가장자리에 톱니는 없고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줄기와 잎에 털이 거의 없어 매끈한 느낌을 준다. 턱잎은 두 개로 갈라지거나 잔톱니가 있다.
나비나물의 꽃은 8월부터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를 이루어, 붉은 보라색의 나비 모양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린다. 꽃의 크기는 12~15mm로, 꿀이 많아 벌과 나비를 끌어모은다. 열매는 협과 형태로 길이 약 3cm이며, 털이 없는 완두콩 모양이다.
특히 나비나물은 잎이 한 쌍으로 구성되고 끝에 덩굴손이 없는 특징이 있어, 같은 속 다른 종들과 쉽게 구별된다. 계곡, 산기슭, 들판 등 햇볕이 잘 드는 곳, 부엽토가 풍부한 경사진 땅에서 잘 자란다. 제주도에서는 오름이나 해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제철과 맛
나비나물은 이른 봄 어린순이 올라올 때가 가장 맛있다. 3월부터 5월까지가 수확 적기다. 초여름까지도 어린순을 채취할 수 있다. 이 시기의 나비나물은 줄기가 부드럽고 잎이 연해 나물로 무치거나 국거리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맛은 깔끔하고 순하다. 씹을 때 퍼지는 고소한 향이 참기름을 연상케 한다. 콩과 식물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약간 나는데, 팥을 삶을 때와 비슷한 향이 스며나온다. 쓴맛이나 떫은맛이 전혀 없어 산나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풍미를 지녔다.
나비나물은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국이나 찌개에 넣어 끓이는 요리법이 있다. 데친 후 말려서 묵나물로 활용해도 좋다. 튀김으로 조리하면 꽃과 어린순 모두 별미로 즐길 수 있으며, 샐러드에 넣어 상큼한 맛을 더하는 방법도 있다.
효능과 활용
나비나물은 단순한 나물이 아니다. 봄철 허약해진 몸을 보하는 데 좋은 식재료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특히 비타민 C 함량이 높다. 풋콩보다도 5.7배나 많다. 그 외에도 양질의 단백질, 지방,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몸속 산화를 막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돼 염증을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고혈압 완화, 현기증 완화, 숙취 해소, 이뇨 작용을 돕는 기능도 보고돼 있다.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체내 산성화를 예방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비나물은 한약재로도 쓰인다. 개화기 때 뿌리를 채취해 말린 후 달여 복용하면 기력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름도 ‘왜두채(歪頭菜)’라 하여, 현기증과 피로를 없애는 약초로 활용됐다.
또한 관상용 가치도 높다. 붉은 보라색 꽃은 여름과 가을 들판을 수놓으며,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매력을 지녔다. 벌꿀 생산을 돕는 밀원식물로 양봉 농가에서도 선호된다. 초지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목초자원으로도 이용되며,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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