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대박인데…한화에어로, 1243쪽 백과사전 해명 먹힐까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로 무기 수출을 대폭 늘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효자 제품의 유럽 판매가 대폭 늘어난 데다 원·달러 환율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이다.

두 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유상증자 강행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려 1243페이지에 달하는 신고서를 작성해 금감원에 제출했다. 최초 850페이지 수준이었던 신고서 분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4842억원, 영업이익 56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3060% 증가한 수치다. K-9 자주포 수출 호조와 조선업 자회사 한화오션이 연결 실적에 편입된 효과다.

사업별로 보면 지상방산 부문은 매출 1조1575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7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올 1분기부터 연결 실적에 편입된 한화오션은 매출 3조1431억원, 영업이익 2586억원을 기록했다. 항공 사업은 매출 5309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의 실적을 냈으며,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매출 6901억원, 영업이익 582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지상 무기 수출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K9은 20문, 천무는 24대를 인도했다”며 “연초 K9은 70문 이상, 천무는 50대 이상 인도할 거라고 제시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천무가 K9보다 더 많이 인도될 수 있다”고 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가이던스를 수정할 가능성도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주식 시장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유상증자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다만 이번에는 1차 정정과 달리 유증 규모나 참여 대상 등의 수정은 이뤄지지 않아 금감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금감원은 두 차례나 정정 신고서를 요구하며 ‘주주소통’과 ‘계열사 지분거래’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유증이 불발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는 ‘글로벌 방산업체 도약’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 4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해 유럽 현지에 생산시설을 만드는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증 직전 이뤄진 1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 거래를 원상복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감원으로부터 1차 정정 요구를 받은 이후 기존 유증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오너 소유 회사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으로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식으로 바꿨다. 유증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의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해준 것이 문제가 된 데 따른 조처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한화에너지가 한화오션 지분 7.3%를 다시 되사오는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하면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감원에서 이런 측면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천무 다연장 로켓.(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