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랍스터 행성으로의 여행전’은 나에게 단순한 전시 관람이 아니라, 색채와 이야기, 유머와 철학이 어우러진 하나의 특별한 행성이었다.
‘내가 랍스터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예술가가 되었다.’는 필립 콜버트의 말처럼, 그는 스스로 랍스터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숨은 이야기, 그리고 고전 명화의 재해석과 디지털 시대의 상징들 사이를 오가며 설명해주는 도슨트의 말은 이미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주었다.
작가의 유머와 철학, 그리고 시각적 언어들이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다가왔다. 해설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어느 순간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치 필립 콜버트가 직접 자신의 작업 세계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몰입감이었다.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쾌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은 꽃 모티프, 만화적인 요소, 카모플라주 패턴, 고전 회화를 연상케 하는 구성 등…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현실과 가상을 유쾌하게 넘나들며 오늘날의 사회와 문화 속 다양한 키워드를 던져주었다. 랍스터는 단지 하나의 캐릭터를 넘어, 작가의 자아이자 시대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조각과 회화, 설치 작품들이 전시실 전체에 강렬한 존재감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그 속을 걷는 경험 자체가 마치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탐험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석촌호수의 풍경을 배경 삼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더 갤러리 호수의 구조는 전시에 또 다른 깊이를 더했다. 전시 후 옥상 정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호수는 마치 랍스터 행성에서 돌아온 나에게 주는 작은 환영처럼 느껴졌다.
전시를 보고 나오며 문득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립 콜버트가 자신의 상상 속 세계를 현실로 끌어올린 것처럼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어 세상과 나누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봄, ‘랍스터 행성으로의 여행전’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창작의 영감을 북돋아주는 강렬한 체험이었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한 그 시간은, 내가 예술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 ‘완벽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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