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급격한 환율 상승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맞물려 국내 수출업체들에게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애로 및 정책금융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6.7%가 전 분기 대비 자금 상황이 악화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난을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 매출이 50억 원 미만인 기업의 57.4%가 자금난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반면, 연 매출 300억 원 이상인 대기업에서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5.9%에 그쳤다. 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자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각각 58.5%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인건비 상승(35.4%)과 환율 변동(34.1%) 등이 기업들이 언급한 주요 요인들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기업들에게 양면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 채산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구매비용 및 운임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전체적인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정책금리 인하에 맞춰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며, 재무제표와 물적 담보 중심의 대출 심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환율 급등 시에는 특별자금을 마련해 보증비율 우대 및 보증료 감면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수출 증가율을 반영한 보증 한도 설정 등의 실질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철강·금속 분야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해당 분야 수출기업의 31.8%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45.6%는 공급망 비용 증가나 투자 계획 지연 등의 간접적인 영향을 경험했다. 이에 기업들은 비용 절감(46.6%), 정책금융 활용(40.6%), 대체 수출시장 개척(40.3%) 등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나, 현지 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은 단 2.8%에 불과해,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현재 수출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책금융은 수출바우처(35.8%)이며, 신용보증(33.8%)과 무역보험(32.5%)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응답기업의 70.9%는 정책금융의 규모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정책금융의 대출금리를 더욱 낮추고, 원자재 구매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정책금융의 확대와 함께, 관세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해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제시했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통상변화대응지원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매출액이나 생산량이 감소한 기업에 대해 60억 원 한도의 고정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출기업들이 마주한 위기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고율 관세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려 수출기업들에게 심각한 자금난을 초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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