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의 ‘관세 족쇄’를 일시적으로 풀어주며, 미국 내 조립 차량의 경쟁력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내외 제조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되, 반드시 미국 현지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만을 대상으로 한 한시적 관세 감면 조치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물품에 대한 특정 관세 해소’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으로의 자동차 및 부품 수입 조정 개정안’ 포고문을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이번 조치는 철강·알루미늄·국경세 등으로 중첩되던 관세 부담을 조정하고, 부품 수입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함으로써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내 생산 유인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관세 구조 정비와 실질적 감면 혜택 제공이다. 기존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 부품 관세, 국경 관세가 동시에 적용되는 중복 과세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이들 중복 항목에 대해 상위 세율 하나만 적용하는 원칙을 도입해 이중 부담을 해소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중복 납부된 세금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백악관은 지난 4월 4일 이후 중복 납부된 관세는 모두 환급 대상이 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이미 부담한 일부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세 감면의 또 다른 축은 ‘부품 관세 상쇄 크레딧’이다.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에 한해 차량 권장소비자가격(MSRP)의 일정 비율을 부품 관세로부터 차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적용 시점은 지난 4월 3일부터 시작되며, 2026년 4월 말까지는 MSRP의 3.75%, 이후 2027년 4월까지는 '2.5%'의 크레딧이 부여된다.
이는 차량 1대당 부품 구성 비율과 기존 25%의 관세율을 감안한 수치로, 트럼프 정부는 실제 관세 부담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리쇼어링 압박을 완화하는 절충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조건부 유예’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며, 미국 내 부품 공급망 정착과 생산시설 확대, 고용 창출 등의 구체적인 상호 약속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자동차 산업이 짧은 전환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며 “일시적으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과 수차례 협의를 거쳤으며,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생산과 투자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에도 열려 있다. 단, 반드시 미국 현지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어야 하며, 해외 생산 모델이나 조립 전 단계에서 해외 작업이 완료된 차량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Buy American’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관세 감면이라는 혜택을 통해 제조 유인과 고용 창출이라는 실질적 보상을 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부 해외 자동차 기업은 향후 미국 내 신규 조립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적용 범위와 감면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외국계 자동차 부문 관계자는 “미국 내 조립 차량 비중이 높지 않은 일부 브랜드는 실질적으로 감면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철강 및 알루미늄을 둘러싼 다른 관세 정책과의 정합성 문제도 남아 있어, 실질적 혜택을 누리기 위한 지속적 행정 보완과 세부 기준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숨통을 틔우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제조 부활’이라는 전략 목표와 맞물린 셈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단순 유예에 그칠지, 실질적 구조개편을 동반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업계의 대응과 정부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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