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소폭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국내는 상법 개정을 대비하며 건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빅딜’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나며 정부의 생태계 선진화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글로벌 회계경영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산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체적인 M&A 거래 규모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5일 기준으로 미국의 M&A 건수는 전년 대비 8%, 거래량은 2%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전략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M&A에 저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정부도 국내 업체의 글로벌 기업 도약과 제약바이오 생태계 선진화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 같은 지적은 ‘빅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바이오헬스산업 브리프 432호’를 통해 제약바이오 업계 M&A가 2020년 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지속 증가 중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과 견줄 수 있는 대형 거래는 부재하다는 점과 대비를 이뤘다.
실제로 소규모 거래인 1000억원 미만이 34건으로 거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43건 중 79%를 차지했다. 5년간 국내 M&A 전체 거래 규모를 합쳐도 글로벌 제약사 빅딜 1건 수준인 약 680억달러에 불과했다. 2019년 글로벌 빅파마 BMS의 세엘진 인수가는 740억달러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시장변화 대응과 안정적 성장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M&A를 지금처럼 외면할 것이 아닌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투자금 회수 과정이 IPO(기업 공개)에만 편중돼 있고 M&A는 외면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M&A 전략에 대한 다각적 검토와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며 “노하우가 누적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M&A 건수 자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인수합병이나 자본유치 등 중요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신약개발 대신 빠른 수익창출원(캐시카우)을 노리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타난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R&D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M&A를 하는 사례가 잦지만 국내 기업들은 90% 가까이 경영권 확보, 투자, 단기간 매출·이익 제고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M&A 시장에 뛰어든 동구바이오제약, 신라젠, 큐라클, HLB, 녹십자웰빙 등은 모두 연 매출 200억원대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일례로 큐라클의 경우 대성팜텍을 합병하면 당장 95억원의 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합병 완료 시 6월부터 대상팜텍 매출이 반영된다.
반면 글로벌 빅파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데 M&A를 핵심적인 전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블록버스터 특허 절벽 위기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발표 등 영향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이 심화되며 M&A도 가속화된다.
게다가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구개발(R&D) 생산성과 매출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판매 호조로 확보한 풍부한 자금력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단기 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후기 파이프라인 중심의 인수합병을 확대하는 추세로, M&A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너 중심 경영 체제’가 빅딜의 부재 원인으로 꼽힌다. 오너 경영 체제로 M&A에 소극적인 경향을 띠는 점과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위주 사업 구조를 띠고 있어 M&A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뒤따르고 있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과장은 “바이오 상장사는 상장 유지를 위해 인수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며 “투자 유치 어려움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GMP 시설을 포함한 중소형 제약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추세가 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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