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단순한 ‘노래 경연’을 넘어, 팬덤 기반의 음악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팬투표’가 있다.
공정성 논란이 종종 제기되지만, 오늘날의 오디션은 더 이상 기술 중심의 평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감정의 연결, 스토리텔링, 팬과의 유대가 중심이 된 지금, 팬투표는 새로운 시대의 기준이자 상징이다.
■ ‘미스터트롯3’-‘현역가왕2’, 감정이 이끄는 무대
TV조선 ‘미스터트롯3’는 팬이 만든 서사의 진수를 보여준다. 초반 주목받지 못했던 참가자들이 팬들의 입소문과 지지에 힘입어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수 공식이 되었다. 팬들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성장의 동반자로, 매 무대 뒤의 인간적인 이야기와 진심에 반응하며 투표한다.
MBN ‘현역가왕2’는 이 흐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구현했다. 박서진, 진해성, 에녹 등 이미 데뷔한 가수들이 무대를 통해 재조명받는 가운데, 팬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무대를 감성적으로 연결하며 가수들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주었다. 팬투표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완성하는 도구였다.
류병현 대표 (트로트 팬덤 어플 '스타투' 운영사 인포뱅크(주) 아이미디어 대표)
“트로트는 원래부터 감정에 기대는 장르입니다. 팬투표는 그 감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수단이죠. 누구의 음정이 더 정확했는가보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는지가 중요한 시대예요.”.
류 대표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구조가 전통적인 평가 방식에서 정서적 연결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전엔 전문가의 심사로 결정됐던 무대가, 이제는 시청자들의 정서적 선택으로 흘러갑니다. 특히 ‘미스터트롯3’처럼 서사 중심으로 편집되는 프로그램에서 팬투표는 스토리의 마지막 문장을 채우는 방식이 된 거죠. 팬은 지금 단순한 소비자가 아닙니다. 공동 연출자이자 공동 프로듀서입니다.”
그는 또, 팬투표 시스템이 단순한 인기몰이가 아닌 산업적 지속 가능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팬들이 주도적으로 음원 소비를 하고, 콘서트 티켓을 사며, 굿즈를 기획하는 등 ‘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됩니다. 오디션에서 팬심을 얻은 참가자들이 더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죠.”
■ 감정이 기준이 되는 시대, 오디션은 ‘공감의 플랫폼’이다
물론 팬투표의 단점도 존재한다. 자금력에 따라 투표수가 달라지는 구조, 다중 계정 논란 등은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오디션이 추구하는 것은 완벽한 공정성이 아닌, 시청자와 아티스트 간의 정서적 합의다.
트로트 오디션은 더 이상 ‘가창력만으로 평가되는 무대’가 아니다. 이제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사람’을 찾아내는 여정이며, 그 핵심은 팬투표라는 감정의 도구를 통해 완성된다.
팬은 스타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타를 함께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날, 팬의 손끝이 곧 트롯스타의 운명을 결정짓는 시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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