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원 33조···정책 ‘속도감’보다 중요한 것 전략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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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지원 33조···정책 ‘속도감’보다 중요한 것 전략 ‘방향타’

이뉴스투데이 2025-04-30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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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과정. [사진=중국 글로벌타임스]
반도체 제조 과정. [사진=중국 글로벌타임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7조원 늘어난 33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지원 ‘속도’보다 ‘방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 확정·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원책은 금융 지원, 세제 감면, 연구개발(R&D) 투자, 인프라 확충 등의 내용을 포괄한다.

특히 용인·평택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국책은행을 통한 20조원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을 70% 국비로 지원하고, 산업단지 인프라 투자 한도도 대폭 늘린다.

이번 지원을 통해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둔화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라는 흐름을 고려할 때 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원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업체가 혜택을 주로 가져가는 구조가 재연되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나 소재·장비 기업들이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생태계가 메모리 중심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 안팎에 불과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글로벌 경쟁국들은 이미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미국은 칩스(CHIPS)법을 통해 반도체 제조 설비뿐 아니라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설계 인터넷 프로토콜(IP), 스타트업 육성까지 포함해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라피더스(Rapidus) 프로젝트에 5조원 넘는 보조금을 투입해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번 지원책에서도 생산설비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AI 시대를 대비한 설계 및 고부가가치 분야 육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같은 메모리 중심 투자로는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며 “특히 신경처리장치(NPU)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패키지에 중소·중견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대상 직접 보조금 신설도 포함했다. 기업당 최대 200억원, 투자금의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대기업 중심 지원 우려를 일부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러나 설계·IP 스타트업이나 소형 팹리스에는 여전히 직접적인 체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첨단 패키징 및 후공정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한 칩 생산이 아닌 고성능 패키징 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경쟁에 돌입했다. 인텔·TSMC 등은 이미 후공정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후공정 분야 지원이 제한적이다.

대외 리스크 대응 전략 부재 역시 주요한 약점으로 지적된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본격화, 일본과 유럽도 반도체 자립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지원책을 발표했음에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능력만 확충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빠른 대규모 투자가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라고 말했다. 설계 역량 강화, 첨단 패키징 경쟁력 확보, 글로벌 IP 차별화 같은 구조적 접근이 병행되지 않으면 메모리 경쟁력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급하게 33조라는 거대한 자금이 전략 없이 집행된다면 오히려 시장 왜곡과 투자 비효율만 초래할 수 있다”며 “AI 반도체, 저전력 고성능 설계, 글로벌 IP 확보 등을 목표로 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지원책과 별도로 2025년 하반기 중 장기 공급망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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