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치킨 위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얹은 '양념치킨'은 한국이 원조다. 미국 남부 지방의 프라이드 치킨이나 중국의 깐풍기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치킨이 한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1980년대 초 대구의 작은 점포에서 양념치킨이 시작됐다. 지난 2020년 '유퀴즈 온 더 블록' 방송에 출연한 윤종계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치킨이 식으면 퍽퍽하고 비린내가 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어떻게 하면 식은 치킨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김치처럼 소스를 입히는 방식을 떠올렸다. 우연히 들른 동네 할머니로부터 물엿을 사용하면 맛이 좋아진다는 조언을 듣고 양념 개발에 적용했다.
기본 틀을 잡은 뒤 고추장, 간장, 마늘 등을 더해 매콤달콤한 맛을 완성했다. 그는 "손에 묻어도 맛있으면 된다"는 신념으로 끊임없이 레시피를 다듬었고, 하루에도 수십 팀이 줄을 설 만큼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치킨' 하면 후라이드 한 가지뿐이었기에, 달콤하면서 매콤한 새로운 치킨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국식 치킨,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다
양념치킨은 단순히 튀긴 닭에 양념을 더한 요리가 아니다. 고온에서 튀긴 닭에 점성이 높은 소스를 고루 입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살려냈다. 기존 프라이드 치킨과 달리, 소스가 겉돌지 않고 고기에 착 달라붙는 특징 덕분에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닭강정, 버팔로 윙, 케이준 치킨 등 세계 곳곳의 닭 요리와 비교해도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특히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매콤달콤한 소스 조합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방식이었다. 이는 단순한 조리법 변형이 아니라, 프라이드 치킨을 한국화한 '한국식 미국 요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1980년대 초반, 양념치킨을 파는 가게들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구를 시작으로 인근 지역으로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때 등장한 '양념치킨'이라는 명칭도, 고추장 베이스 양념이 닭에 착 달라붙는 특징을 살려 붙여진 이름이었다.
전국을 뒤흔든 양념치킨 열풍
1980년대 후반, 윤종계 씨가 창립한 맥시칸치킨을 필두로 페리카나치킨, 멕시카나, 처갓집 양념치킨 등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났다. 전국 각지에 양념치킨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치킨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특히 1989년, 개그맨 최양락이 출연한 페리카나 치킨 CF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페리카나 치킨 맛있어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전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되면서 양념치킨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메뉴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두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발상은 당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양념치킨은 단순히 치킨을 파는 것을 넘어, 호프집과 배달 문화의 확산과 함께 빠르게 대중화됐다. 회식 자리, 집들이, 각종 모임마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 양념치킨
2000년대 들어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양념치킨은 'Korean Fried Chicken'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진출해 미국 뉴욕 맨해튼, LA, 시드니, 도쿄, 방콕 등지에 한국식 치킨 전문점을 세웠다. 본촌치킨, BBQ, 교촌치킨 같은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양념치킨을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고추장 베이스 소스의 매콤달콤한 맛과 한국 특유의 바삭한 튀김 기술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에서는 "한국 치킨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며, 치킨 시장에 아예 'K-Fried Chicken'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한국식 양념치킨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동남아시아에서는 고급 요리로 대접받았다.
양념치킨은 한 가지 형태에 머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늘소스를 더한 갈릭 양념치킨, 매운맛을 강조한 불양념치킨, 달콤한 꿀을 추가한 허니 양념치킨 등 다양한 변주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하나의 조리법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념치킨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980년대 좁은 골목길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양념치킨은, 이제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음식이 됐다. 식은 치킨도 맛있게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고민이, 한국식 치킨이라는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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