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전시2관에서 열린 간송미술관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展을 다녀왔다. 간송미술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물론이고,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와 첨단 기술이 만나 어떤 새로운 형식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몰입형 미디어의 세계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각을 열어주는 순간 전율로 바뀌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들어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관람객의 발걸음에 반응하며 공간 전체가 살아 움직이고, 손을 뻗으면 시간의 결이 바뀌는 듯한 인터랙션이 펼쳐진다. ‘당신의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예술, 당신의 손길이 빚어내는 역사’라는 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정선의 진경산수화 속에서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은은하게 드리워질 때, 마치 그 장면 안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신윤복의 풍속화 장면들이 생동감 있게 재해석되어 눈앞에서 움직일 때는 전통 회화가 지닌 고요한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예술혼’이 결코 기술에 가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로젝션 맵핑, 센서 기반 인터랙티브 기술 등 현대의 첨단 도구들이 오히려 고전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해주었고, 그 결과 전통과 미래가 완벽하게 공존하는 장이 만들어졌다.
수백 년 전 그려진 붓끝의 감성과 지금 이 순간의 디지털 감각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작가로서 나는 이 전시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작품 속에서도 전통의 가치, 오래된 이야기들이 지금 이 시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이 단지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이를 더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 특별한 전시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부디 발걸음을 옮겨보길 바란다. 압도적이고도 감각적인 이 전시는 분명, 우리에게 잊히지 않을 예술적 전율을 안겨줄 것이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